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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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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Nov 02. 2023

환경이 바뀌었다.

돌아왔다는 표현이 맞겠지.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금세 지나가더라. 내 마음도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중이다.


집은 언제나 그랬듯 포근하더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어색하지가 않더라. 가을날씨는 선선하면서도 오래 걸어보자니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실수로 밟은 은행열매는 얼마간 나를 쫓다가 금세 사라진다. 익숙함의 정겨움에 마음이 뭉근해지다가도 못 본 체 할 수 없는 하루의 팍팍함이 정말로 집에 왔다는 생각을 했다.


야속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지 못해 곧 희미해질 지난 계절들을 돌아보니 좋은 추억들은 긴 꿈을 꾸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에둘러 그럴듯한 말들로 아쉬움을 더듬는 중이다. 지나간 일들이야 어쨌거나 '좋았다' 한마디로 덮어낼 수 있겠다만, '또 보자!'라고 적은 쪽지 한 장으로 애써 마음을 감춘 나의 옹졸함이 그 친구만큼은 향수처럼 얼마간 묻어가겠구나 생각을 했다.


어제보다 내일에 몸을 기울여 살겠노라 다짐한 터라 어디론가 향하는 듯 또 걸음을 옮기지만 내 키를 훌쩍 넘긴 그림자가 무거워 해가 곧 지겠구나, 몸을 바로 세운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시 나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꿈속에 묻어두면, 내일은 오늘이 된다.

쭉 기지개를 켜며 개운하게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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