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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Nov 13. 2023

자의식 과잉

갈피를 잡지 못해 이리저리 방황하는 순간마저도 시간은 정직하게 흐르는 법이다.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실패를 포기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고집이었는지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뭐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 흘려보낸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다. 일단 뭐라도 하자고 발걸음을 옮기면 이내 어디로 향할지를 몰라 답답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흐른다고, 당장의 주어진 시간을 마냥 흩뿌릴 수 없어 어찌어찌 아르바이트도 구하고 책도 닥치는 대로 읽는 중이다. 하루 끝에 글을 쓰자고 노트를 펴면 뭉뚱그리듯 '좋았다' 치부하는 모양만 그럴듯한 문장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이고 시작만 있을 뿐 마침표는 찍지 못했다. 이마저도 과정이라 여기며 쓰린 속을 달래야 하는 것이 나는 여전히 무언가 써나가는 삶을 살아가기 원하는 터라, 태도를 고쳐먹고 끝끝내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다.


길을 잃어 마음이 어려울 때면 확신으로 가득 찼던 지난날들을 돌아본다. 꾹꾹 노트에 눌러 담은 지난 오늘들을 들여다보면 다시금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때의 목표, 목적지가 더 이상 지금의 나와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젠가 꿈을 향해 지난한 실패를 밟고 올라선 날들을 돌이키며 다가올 오늘에 걸음을 내민다.


아마 나는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고 노래도 부르고 커피도 내리는 사람이다. 굳이 무엇하나 정의 내리지 않더라도 지금껏 내가 치열하게 사랑해 온 것들을 여전히 죽도록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을 축으로 하나하나 궤도를 도는 박시현의 모든 파편이 궁극적으로 나를 대변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것들의 총합이다.


내일부터, 다음 달부터, 내년부터,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우고 등등 게으른 핑곗거리다. 우선 시작하면 계획이건, 목표건, 기회건 뒤따라오는 법이다. 준비가 덜 됐다는 나약한 변명은 자칫하면 삶을 추월해 버리는 시간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우선 노트를 펴고 한 자 한 자 마음에 불을 지피듯 적어내면 된다. 몸을 뉘이면 들려오는 알람소리에 지체 말고 눈을 뜬다. 추워진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땀이 날 때까지 달린다. 에둘러 졸음을 쫓아내며 책상에 몸을 붙인다. 스스로 파고들고선 무작정 집밖으로 나간다. 기회를 붙잡는다. 모든 과정을 기록한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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