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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Jun 06. 2022

내가 기록하는 이유

기록, 기록 또 기록

올해는 내 인생의 첫 변곡점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지도 못했지만, 생각하는 만큼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올해 3월부터 일기를 비롯해서 보고, 듣고, 읽은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물이나, 사람, 주변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차분함과 호흡, 일상, 무기력, 생산성 등의 단어들을 습관처럼 사용한다. 애증의 기타를 내려놨다. 애매한 재능은 저주라는 말이 있었던가, 열등감과 합리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게으른 예술가가 되고 싶었나 보다. 이제는 취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 이상의 집착은 없다. 다만, 새로운 취미들을 하나하나 들이는 중이다. 매일매일을 기록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력을 되찾는 중이다. 눈앞이 조금 더 선명해졌달까.


누군가는 이런 기록들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 처음엔 사실 나도 잘 몰랐다. 그냥 나중에 몇 년 있다가 다시 들여다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꾸준하게 일기를 쓰고 책의 문장들, 영화 대사들, 굴러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니 이러한 것들이 결국 나를 비춰준다는 점을 깨달았다. 마치 거울 속의 나를 속속들이 관찰하는 듯하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볼 때 우리는 얼굴에 뭐가 났고, 오늘 입은 옷 태는 어떻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지 않는가? 기록하는 것도 똑같다. 일종의 마음의 거울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내 성격, 혹은 분위기가 어떻게 비치는지 속속들이 보여준다. 결국 일련의 이론 모든 기록들은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나의 장점과 결함을 모두 찾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들여다본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법은 나를 다른 사람에게 투영하는 것도, 그저 물살이 향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도 아닌 철저하게 스스로를 계속해서 객관화하는 것이다. 나를 수집하고 아카이빙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알고자 할 때, 그래서 마음의 거울을 집어 들고 그곳을 확인할 때 알 수 있다. 일종의 브이로그 내지는 소셜미디어에 나라는 사람을 게시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표현하지만 발가벗겨진, 적나라한 내 모습에서 내가 되고자 하는 나의 모습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되고 거기서 진정 내 삶의 목적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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