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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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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Jun 04. 2022

일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일상을 회복함으로 일상의 권태를 이겨내자

다듬이는 옷감의 구김을 두드려서 펴는 도구이다.

다듬이의 윗면은 약간 볼록하여 방망이로 두드릴 때 힘이 골고루 펴져 옷감의 구김이 잘 펴진다. 다듬이질 소리는 예로부터 아기가 태어날 때 우는 소리 책을 읽는 소리와 함께 '삼희성' 즉, 희망과 생산을 담은 세 가지 기쁜 소리로 여겨졌다.


다듬이질을 직접적으로 듣거나 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는 소리, 아기가 태어날 때 우는 소리와 함께 희망과 생산을 담은 소리로 불렸다는 것은 다듬이질이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녹아들어 있는 일 중 하나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흔히 우리가 아는 생활소음인 설거지하는 소리, 세면대 혹은 싱크대 물 떨어지는 소리, 빨래 털고 너는 소리, 책 넘기는 소리 등은 우리들의 귀를 간질이는데, 나는 보통 이러한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하거나 듣는 행위를 통해 차분한 활력을 얻는다. 일상적이고 삶에 당연하게 녹아드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소리만으로도 의식 속에서 몸과 마음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달까, 우리가 생활소음에 알게 모르게 삶의 활기를 충전하는 것처럼 우리의 조상들도 일상에 깃들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소한 기쁨을 찾지 않았을까 싶다.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가 찾아온 것 같고 삶이 건조하고 퍽퍽하게 느껴질 때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라. 그리고 밀린 빨래, 설거지, 사놓고 몇 달 동안 읽지 않을 책을 손에 쥐고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에 집중하길 권유한다. 소소한 행복과 활기를 찾을 수도 있다. 우울함과 무기력함은 접시에 묻은 얼룩이나, 옷에 붙은 먼지 같아서 씻어내거나, 털어서 없앨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일상을 회복함으로 일상의 권태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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