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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Feb 04. 2024

선택

2월 3일 토


모름지기 인생은 B와 D 사이 C라고 했다.


인간은 태어나고 죽는다. 그 사이의 여백은 오롯이 개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의 총합과 본인의 삶을 그려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3년.

그 사이 군대를 전역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양한 일들에 몸을 던졌다. 책임을 뒤로하고 충동에 이끌려 용기와 만용을 헷갈리기도 했다. 적어도 후회는 남기지 않았다.


24살.

어쨌거나 확실하게 이런 일을 하고 싶다며 눌러 담은 꿈이 있다. 학업에 크게 미련은 없다만 닥쳐올 기회를 놓치기 아쉬워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다. 좀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만남들을 기대하며 복학신청 버튼을 눌렀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허를 두르며 걱정거리를 늘어놔봤자 마음에 주름만 생긴다며 추스른다. 걱정이 아예 없다면 그 또한 스스로에 방종인 듯 이래저래 붕 뜬 마음에 때로는 구긴 얼굴로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꾸준히 글을 쓰거나 무언가 사부작거리는 일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나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용돈을 받지 않는데 알바는 잘 구할 수 있을지, 매주 본가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을지 등등, 무턱대고 내려놓으면 편하겠다 여러 차례 생각해 봤지만 결국 내가 한 선택의 총합이겠거니, 내 복이다 끌어안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쉽지 않은 1년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침을 한 번 꿀덕 삼키고선 새해 첫날을 응시했다. 그 부라림이 언제까지나 같은 곳을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구태여 도망치지는 않겠다고 며칠 전 다시 다짐했다.


인생이 언제나 직선일 수는 없듯 셀 수 없는 가지를 쳐내며 구불구불, 결국엔 가닿을 무언가에 손을 뻗는 것이 삶과 죽음 사이의 연속선인가 싶다. 때로는 선택을 강요당하며 숨 가쁘게 조여 오는 길목에서도 벽 너머 뚫린 하늘을 가르는 스스로를 응시한다. 아주 모든 것을 글에 뱉을 순 없겠지만, 포기에도 용기가 필요하듯 선택에도 포기는 지나야 하는 길목에 있다. 한바탕 몸을 뒹굴면 유유히 흐르는 시냇가도 있을 터라, 그냥 내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빈 여백을 빽빽이 채워나가는 것이 태어난 자의 책임이다. 다다를 때까지 걸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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