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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Mar 25. 2024

삶은 또 다른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도전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딛는 모든 수고로운 과정.

본인의 세계를 부수는 개인의 다짐은 언제나 그렇듯 멋지다. 그저 멋지다. 가슴 한 켠이 급한 대로 두근거린다.


번듯한 직장도 있고, 든든한 후배도 있고, 그를 사랑하는 가족도 있다. 비교적 소심한 성격이지만 그냥저냥 보내는 하루에 만족한다. 별안간 가까이서 보는 그의 삶은 사뭇 다르다. 어릴 적에 아버지를 잃었다. 직장은 구조조정 중이다. 동생은 예술인을 방자한 비정규 백수다. 그는 라이프 매거진 마지막 지류 발행 호의 커버사진을 잃어버린다. 상황에 내몰려 월터는 사진을 직접 찾으러 그린란드로 떠난다.


그의 모험은 일상 속 사소한 뒤틀림에서 시작된다. 술에 절은 사람이 운전하는 헬리콥터에 몸을 던진다. 추운 겨울, 바다 한가운데 몸을 던진다. 상어 때를 피해 도망친다. 폭발하는 화산을 피해 도망친다. 아이슬란드로 향한다. 롱보드를 타고 거리를 여행한다. 사진은 찾지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터는 포기하지 않는다. 사진을 찾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다. 히말라야를 오른다.


의미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있다. 종종 그 의미를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 때가 있다. 돌아왔을 때 비로소 틔워내는 의미가 있다. 모든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내민 걸음을 시작으로 그 끝에 다시금 드리우는 길에는 온갖 이야깃거리가 삶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삶이다.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 그 끝에서 무언가를 찾는다.


월터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 사실 사진은 처음부터 그가 가지고 있었다. 사진작가 숀이 선물한 지갑 주머니 안에. 사진 속에는 작업할 사진을 바라보는 본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윌터의 삶에도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해고당한 신세고,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 그렇게 내몬 인생을 주워 담는다. 그러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으리라, 긴 여행 끝 찾지 못한 의미의 조각을 비로소 돌아왔을 때 찾았으리라 생각한다. 환경은 바뀌지 않지만, 마음가짐이 바뀐다. 새로 품은 마음은 곧 내가 빚은 세계가 되고, 나아갈 길이 되며, 삶의 크기가 된다.


월터는 어쨌거나 도전했다. 그 끝에서 삶을 마주했다. 삶은 그 자체로 빛난다. 여행 끝에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에서 여행을 떠나야 했던 의미를 찾게 된다.


모든 도전은 객기 아닐까. 주변에서는 말리고, 가슴은 걱정과 불안에 일렁이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 발을 내딛는 것. 그러나 가슴 뛰는 일. 그렇게 뭐라도 하려고, 뭐라도 되려고, 이런저런 일들에 몸을 던진다. 그 끝에서 삶을 발견한다. 지나쳐온 삶의 구석구석을 뜯어고친다.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 새가 알을 깨고, 가재가 껍질을 벗고, 매미가 탈피했을 때의 연약함, 무방비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답을 찾는다. 부딪히고, 찢기고, 몸을 숨기며 살아간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삶의 하릴없는 아름다움을 빛내는 파노라마다.


내가 사는 세계는 작아지고 커지기를 반복한다.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그런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마음이 답답하고 팍팍하다 느껴지면, 삶을 저만치 멀리서 바라보면 된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저만치 멀어진 삶을 단단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살아가는 시간마저도 삶을 위해서는 필요한 시간이기 마련이다.


카뮈는 말했다.


시간은 또 다른 시간을 살 수 있게 해 주고

삶은 또 다른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secret+life+of+walter+mi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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