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이 사라지면 정말 괜찮을까?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용진이 만든 단편영화 [악마]를 봤다. [악마]는 간호사 태움을 주제로 한 영화인데, 실제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서인지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1화를 봤을 때는 태움을 하는 미선이가 그저 나빠 보였다. 태움을 당하는 소희가 너무 불쌍해서, 나였다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2화와 3화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태움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조직 내에서 긴장감을 주는 행위가 필요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 소희는 미선이의 큰 실수를 목격하고, 그 실수를 빌미로 미선이를 다른 병동으로 보낸다. 태움을 하는 미선이가 사라지자 병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소희는 새로 들어온 후배 하은에게 절대 태움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소희가 잘해준 덕분에 하은은 소희를 편하고 좋은 선임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은의 태도는 점점 건방지게 변했고, 기본적인 업무조차 지키지 않으며 소희를 선임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보다 못한 수간호사가 소희에게, 병동이 이렇게 변한 건 모두 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희는 여전히 태움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더 잘해주면 해결될 거라 믿는다. 그러던 중 퇴근길에 물건을 놓고 와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간 소희는, 하은이 새로 들어온 후배를 미선보다 더 심하게 태움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를 보고 단순히 착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조직 내에서 긴장감은 필요하며, 특히 병원처럼 실수의 타격이 큰 곳에서는 더더욱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나는 소희같은 선임이었다. 나였어도 후배에게는 절대 태움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잘해주려고 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나 역시 후임에게 무시당하는 선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쓴소리를 하는 사람 앞에서는 더 긴장하고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게 바로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