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신을 해도 되는 걸까?
어제는 마음이 너무 힘든 날이었다. 혹시라도 내가 진짜 임신을 하게 된다면 '회사한테는 뭐라 말해야 하지?'싶은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릴수록 불안은 점점 커졌다. 동료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팀장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면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우리 부서에는 나 말고 한 명의 직장동료가 있다. 그 동료는 이미 임신준비를 하고 있다고 선포한 상태였고, 팀장님은 예전부터 둘이 임신이 겹치지 않게 하라고 당부하셨다. 그 상황에서 내가 먼저 임신을 한다면, 왠지 배신자가 된 기분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면 차라리 임신을 하지 말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끔찍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임신 하나 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데, 도대체 어떻게 애를 많이 낳으라는 건지 세상이 미워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나도 이제 곧 30살이고, 남편과 이맘때쯤 임신을 하기로 계획을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생각이 복잡해진 나는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정말 복잡한 상황이긴 하네... 그렇다고 해도 임신을 겹치지 않게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 단순한 한마디가 얼마나 큰 안도감이 되었는지 모른다.
머릿속이 정리되자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혹시라도 두 명의 임신 시기가 겹친다고 해도, 그건 회사에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지,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또한 직원이 두 명뿐인 부서에서 둘 다 임신을 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훨씬 편할 것 같았다.
게다가 직장동료와 내가 동시에 임신하게 되더라도, 서로 의지가 될 수 있다. 임산부가 아닌 사람에게 일을 떠넘기거나 혼자 힘든 상황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결국 직장동료와 나의 임신 시기는 어떻게든 겹칠 수밖에 없다. 둘 중 한 명이 난임이 아니라면, 어차피 일어날 일이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둘 다 임신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고 해도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팀장님이 조금 귀찮아질 뿐이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일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회사 때문에 내 인생 계획을 바꾸지 않고 내 삶과 선택을 내가 책임지는 것이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나처럼 말도 안 되는 임신순번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