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국가 미국 탄생의 서막
총알도 피해간 트럼프는 천운을 타고 났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제 국운을 다 한 듯 하다. 한때는 소련이, 잠시 일본이, 나중에는 중국이 미국을 왕좌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라 했지만 결국은 스스로 무너져 버릴 모양이다. 트럼프가 재임시 임명한 대법관들은 그에게 제왕적 권력을 선사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 불복하고 반란을 부추긴 대역죄인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누군가 국익을 위해 목숨걸고 수집한 1급 비밀 문서들을 일반인들에게 자랑삼아 보여주고 자기집 화장실에 박스채 쳐박아 놓은 사건도 결국 기각 되었다.
오늘부터 치뤄지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권위주의 국가 미국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다. 타이밍도 기가 막힌다. 소위 잊혀진 국민들을 위해 목숨도 내놓을 있는 순교자의 즉위식이 될거다. 폭력을 조장하고 방조하는게 전매특허인 사람이 민주주의에는 폭력이 설 자리가 없다며 평화를 운운할 거다. 역겹다. 하지만 이에 박수갈채를 보낼 사람들이 미국 국민의 절반에 가깝다. 자신들의 불행이 자신들과는 다른 집단의 사람들 때문이라 믿게 되면 절차적 민주주의는 거추장스러워지고 우상(false idol)만을 바라보게 된다. 80년전 수십만 젊은이의 희생으로 파시즘을 물리치고 세계 최강대국으로 일어선 나라가 파시즘의 길을 선택하려 한다.
11월 대선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정치 세력인 민주당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트럼프 피격 이후 후보교체론도 쏙 들어갔다. 탄약고에 갖고 있는거 다 꺼내고, 부엌에 있는 칼, 포크, 하다 못해 이쑤시개까지 털어서 집중포화 해도 모자랄 시점에 정치적 공격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바이든이 갑자기 회춘할 일도 없고 해리스가 확실한 대안도 아니다. 그렇다고 트럼프를 여론조사에서 앞도적으로 앞선다는 미셸 오바마가 출마할 일도 없다. 과연 천운을 가진 자를 이겨 국운을 되돌릴 수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