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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euny Apr 11. 2023

맞아  나는 그냥 그 말이 듣고싶었던거야

특정직공무원의 면직, 우울증과 공황장애



혹시 제가 그만두면 그 쪽 인생이 무너지나요?

공무원을 정말 관두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미 그 전에 예고를 여러차례 날렸지만 ,,

분명 힘들고 지친건 난데 관두겠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더 난리다.

어쩜 그렇게 다들 오지랖들이 넓은지 그 오지랖으로 불쌍한 사람들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나의 힘든점과 정신과 진료까지 받게된 이야기를 하면 이해받을 수 있을 줄 알았고 힘들었구나 라며 마음을 어루만져줄 줄 알았다. 

너무 큰 걸 바란걸까 ? 이해는커녕 결국엔 해결방안을 찾아서 버텨보자 라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나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놓아버리는것에 대해서 고민을 안해봤을까? 그것도 아닌데 고작 4개월 해놓고 힘들면 다른건 어떻게 할래 란다... 

내인생 내가 선택하겠다고요 .. 다들 신경좀 꺼주세요 제발요.

제가 아프다잖아요 우울증에 공황장애라잖아요.


그만두고싶은 이유를 그 a직원 이야기와, 성취감 없고 사회에서 도태되며 자기 개발이 안되는것 등등 여러가지를 나열했더니 결국엔 탓하기쉬운 그 a 선배이야기만 극대화 시켜 받아들이셨다.

왜 당하고만 있었냐, 고작 그사람때문에 내인생을 망칠거냐, 왜 처음부터 말 하지않고 이제와서 퇴사를 정해놓고 얘기하냐, 가족들한테 하는것 처럼 대들고 악써보지 그랬냐며 오히려 나를 탓했다.


물론 그만두고 싶은 이유의 60프로 정도는 그 a 직원의 지분이 있지만, 그 외에도 관두고 싶은 이유는 자기개발에 도움이 되지않고, 나의 가치가 떨어지며 사회에서 도태되고, 10년뒤 나의 미래를 생각했을때 나는 나의 빛을 잃고 입을 닫은 채 살고있을것 같다 등등의 개인적인 요소도 충분히 많다.

이것도 다 얘기했는데 그건 어디서 무슨일을 해도 다 밑바닥 부터 그렇다고 ... 

대화를 하자는건지 방어를 하는건지 설득을 하는건지  


쉬자고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 내려간 집에서 더 큰 불안을 안고 집 밖에 나와서 책을 읽고 생각정리하는 글을 쓰며 마음을 다스린다. 집에 오면 약을 안먹어도 될 줄 알았는데 약을 더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다.


그렇게 2번째 고민의 시작이랄까? 

그만두면 본가에 내려와서 지낼지 스트레스 요인들을 멀리하며 지낼지 ...

본가에서 가장 큰 안정감을 얻으면서도 큰 불안감을 느낀다. 


얘기를 할수록 내 상태를 회복하는 것 보다 공무원 타이틀이 주는 명예가 더 중요한가보다라는 생각에 배신감이 든다.


계속 해결방안을 찾자는데 그게 결국은 더 버텨보자 라고 밖에 해석이 안되고

그 말은 내 상처를 더 후벼파는 꼴이다.


버틸수있다 끝까지버텨야지, 맘굳게먹어라 맘 먹기에 달렸다, 퇴직금 생각하면서 버텨, 사회생활이 원래 호락호락하지 않다 , 더한사람도 있다, 그러게 미리 그때그때 힘든걸 얘기했어야지, 자기한테하듯 독하게 해봐라 우울증이 오는지 ...  

이 말들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 일주일 전만 해도 나는 아직 어리고 뭐든 하면 잘 할수 있을거야, 그만두고 내가 하고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서 성공하면 돼, 할수있어 라는 생각들을 가지며 버텼는데 이제는 모르겠다. 

내가 이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나 있을까? 싶고 내 인생은 이미 망가진게 아닐까? 싶다.


제일 충격적인 말은 ..

나도 나름 이 우울감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고싶어서 우울할때 효과가 있었다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변화를 주려고 머리도 자르고 혼자 카페에가서 책도 읽고했는데 그 행동을 보고 우울증이랑 공황장애라는 사람이 머리를하고 카페를 가냐, 그 정신력으로 버텨봐라 였다. 

어떻게 그런말을 하지? 머리에 총을 맞은 기분이었다. 


제발 나좀 내가 하는대로 내버려둬 응원못할거면 입이라도 닫아.

요즘은 작은 선택도 내힘으로 정하는게 힘들다. 

사소한 선택을 해야하는 일에도 회피부터 하고싶다.

잠도 자도자도 오며 멍을 때리는 일이 많다.

공무원을 잘 알아보지않고 한 내가 잘못일까? 공무원이 아니였으면 이렇게까지 버티라고 하진 않았을거 아냐


물론 이렇게 힘든와중에도 힘이 되는 말들을 해주는 사람도 분명 있다.

다른거 생각하지말고 내 자신만 생각해서 관두라고 하거나, 내가 이정도 상태였는지 몰랐던게 미안하다는 사람들도.

그 중 제일 힘이 된 말은 아버지께서 그만둬도 된다.

그래도 그만두기 전에 쌓였던거 꼭 풀고 못했던 말을 하고오라고 했다.

그만둬도 된다 이 말이 나의 퇴사에 한표를 툭 던져주기보다는 곪고있는 내 마음에 안정제를 투약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맞아 사실 나는 억지로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말, 나는 그냥 그말이 듣고싶었던거였다.

그말을 여러번 들었다면 억지로 버텨야한다는 불안감에서 안정감을 찾고 내가 덜 아팠지 않을까? 

하루에도 수십번 뭐가 맞는가 혼란스럽지만 나는 나를 위한 선택을 할거고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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