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석기시대 돌도끼라고 하는 거야..이런 걸 알아야 살 수 있어."
경주의 박물관에서 관람하다 앞에 있던 엄마와 딸의 조금 의아한 대화였다.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쯤으로 보였다.
어린 아이에게 '살 수 있다?'
공부라는 것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의미일까?
어린 딸에게 그 엄마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살 수 있다...생계를 말하는 것일까?
어린 딸에게 벌써 먹고 사는 일에 대해서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일까?
무튼 나는 그 말을 듣고 먹고 사는 일에 대해서, 어린 인생들에게 무엇을 알려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함께 여행 온 쥴리아 킴님과도 언뜻 아이들의 꿈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냐고..
나는 생계는 생계로 삼고 나머지 시간을 충분히 즐기면서 인생을 좀 여유 있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차피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있을 때에는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기에 명확한 직업에 대해서는 얘기하지는 못했다.
무튼 생계라는 건 먹고 사는 일을 이어가게 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생계라는 것도 내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야 매진할 수 있고 반복되는 일상을 그나마 견디기 수월하다.
아무리 관심 있고 좋아서 시작한 일도 막상 밥벌이가 되면 그 즐거움과 열정은 반감된다.
하물며 음악하는 뮤지션들 조차도 그렇다라고 했다.
견디고 버티고 생존하게 되는 것이 직업이고 생계이기에 우리는 직업을 떠나서
잘 놀고 내 시간을 현명하게 쓰고 의미없이 휩쓸리기 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충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와 간단한 술자리를 위해 우리는 공동 거실에 모여 앉았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시원한 공기에 편한 마음에 책도 살짝 보고 앉아 있는데 어린 친구들이 두 세명씩 왔다 갔다 한다.
괜히 그 친구들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스트 하우스라는 것을 어찌 알고 저렇게 모여서 올 생각을 했고, 알아서들 잘 놀고, 쉬는 모습이 참 예쁘다.
그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박물관에서 보았던 모녀가 생각났고, 우리 딸이 생각이 났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줘야 하는 걸까?
지식이란 것도 그렇다.
무언가를 알고 싶어져 받아들이는 지식은 또다른 의문과 궁금증을 동반하지만 억지스럽고 수동적인 학습은 그 어떤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
지식은 본인이 필요하고 원하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 지혜야말로 선행학습이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중2딸과 학습이 아닌, 인생을 즐기고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졌다.
함께 게스트 하우스에서 딩굴거리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헤매기도 해보고 긴 머리 휘날리며 자전거 산책도 할 것이다.
내 아이에게 꿈과 추억과 시간을 나누고 함께 하는 것만큼 커다란 자산이 있을까?
지금 내가 당장 사라진다 해도 이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아이의 가슴 깊이 쌓여 있다면 나는 결코 내 인생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