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고맙다는 말.

by 바다에 지는 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가 당신을 사랑했으니 ..

나는 드라마든, 뉴스든 뭐가 되었든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어 텔레비젼을 잘 보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우연히 다큐를 보다가 무심코 돌린 채널에 달의 연인 5화, 위의 장면이 나왔다.

영상이 참 아름다웠다.


내용이 대충 이랬다.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황자인 남편을 사랑한 박시은은 강하늘이 부담스러워 하는 걸 알면서도 혼사를 강행하여 강하늘의 신분과 위치를 올려 준다.


자신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그 관계를 이어가지만 결코 남편이자 남자에게 여자로서의 사랑이나 손길은 느껴 본 적이 없는 여인이었다.


곁에 두었지만 늘 외롭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운 여인은 그저 그를 기다리고 기다리는 듯 했다.


하지만 병환으로 서서히 마지막 순간이 오고 있다는 걸 알고 박시은은 강하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사랑함에 있어 결코 물러서거나 주저함이 없었던 그녀였지만 그가 자신을 보게 만들지도 못했고 자신이 다가간 만큼 애절한 사랑은 받아보지도 못하고 그의 등에서 숨을 거둔다.


분명 사그라들 격정적인 감정이지만 휘몰아쳐야 할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마음에는 분명 많은 아쉬움이 있을테지.


시간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뜨겁고 오로지 그 하나만으로 세상이 이뤄진 것처럼 미친 듯 타올랐다가도 얼음처럼 식게도 하고 멀어지게도 하며 그저 그런 냉랭한 가슴으로 얼게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꼭 가볼만큼의 가치있는 감정이다.



나도 저 드라마처럼 오랫동안 누군가를 간절히 바래본 적이 있었다.

미친 듯이...


해씨부인 역의 박시은처럼 그렇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에 가득찬 사랑을 했었다.


하지만 그 외로움과 쓸쓸함은 나를 병들게 할 만큼 아프고 혹독했다.


해씨부인이 결국은 한 남자에게 사랑 한 번 받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것처럼 나또한 너무 아프고 힘들었지만 나는 끝까지 내 사랑에 후회하지 않으려 죽을 힘을 다해 견뎠다.


해씨부인은 결국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은 자신의 것으로만 품고 떠났고 나는....그 외로운 감정을 다 내려놓았다.


나 자신만큼 누군가를 사랑하고 챙겨 주는 일은 남녀관계에서는 그렇게 바람직한 관계로 끝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내 자식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내가 아무리 사랑하고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내 감정이 상대에 비해 너무 앞서 나가 있다면 그것은 고마움은 될 수 있지만 사랑이 되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그 사람이 나를 봐줄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는 일은 현실에서는 참 어려운 일이고 그 마지막도 부질없는 기다림이나 외사랑으로 끝을 맺는 것이 수순인 듯하다.


해씨부인이 자신의 남자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마지막 순간의 진한 아픔처럼 외사랑의 마지막은 많이 아플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감정이란 것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지만 그렇게 내가 아프고 힘들면서까지 할 이유를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내가 일부러 들키고 흘려낸 많은 내 감정들을 애써 모른 척하는 사람이라면

기다리지 말자.

기대하지도 말자 .


그 감정에 감동 받아 상대의 마음에 동요가 일어 함께 사랑을 키워간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은 내가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어느정도 시간을 주었을 때에 그나마 약간의 가능성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애틋한 감정...

혼자 키워가지 말고 오래 기다리지도 말자.


세상에 나만큼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없다.


나 스스로를 아프게 하면서까지 누군가를 바란다는 일은 설사 그 사랑이 이어졌다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상대에게 수시로 많은 상처를

주고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닌 듯하면 돌아서 가고,

애매하면 확실히 돌아서자 .


사랑이란 감정은 매우 강렬해서 숨겨지지가 않는 감정이다.

무언가 아리까리하고 아리송하다면 그것은 아직 멀었거나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이다.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할만큼의 사랑...

그 기다림에 내 마음처럼 보상이 되는 사랑..

글쎄...꺽어진 90이 다 되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리 끝이 좋아보이진 않는다.



그대가 듣고 싶었던 말이

고맙다는 말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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