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에 마인드콘트롤 실패하다.

by 바다에 지는 별

올해 7월에 첫 아이를 두 살 때부터 6살 때까지 키웠던 곳으로 발령을 받고 오늘 외근을 하다가

우연히 10년 전에 갔었던 보리밥 식당이 그대로 있어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들어갔다.


식당의 1/3 만이 빈 자리가 남아 있었고

양 옆에는 사람이 있어서 중앙에 혼자 앉았다.

식사가 나오고 몇 술 뜨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밀려 들어온다.


급기야는 네 명이서 구석에 앉는 상황. ㅠ.ㅠ


나는 선천적으로 턱이 약해 빨리 씹지 못해 식사를 40분이상 한다.

이런 내 신체적 결함 따위는 알지도 못 하는 식당주인에게는 중요하지 않겠지..ㅡ.ㅜ


나는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며 씹어 삼켰다.

심한 감기이후 코는 대홍수가 났는지...너무 바쁘다.


씹으랴, 삼키랴, 홍수 막으랴...ㅎㄷㄷㄷㄷ

나의 감상에서 나온 결과가 이리 후회된 적이 없는 것 같다.


늘 여유있는 점심식사를 한 시간 정도 즐기는 내게 맛나게 갓 튀긴 고등어 구이와 적당히 짭짤한 된장찌게가 맛이 안 느껴질 정도로 나는 긴장하고 눈치를 보며 밥을 퍼마시고 있었다. ㅠ.ㅠ


끝내는 한 그릇을 다 비우지도 못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ㅎㅎㅎ진짜 간만에 먹고 싶어서 왔더니 여전히 사람이 많네요? ㅎㅎㅎ 괜히 바쁘신데 혼자 자리 차지했네요..ㅎㅎㅎ 좀 있다 올걸..ㅎㅎㅎ 미안해요..ㅎㅎㅎㅎ"

계산하는 이모 등뒤로 준비한 대사를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비겁한 변명 비스무리한 얘기를 후다닥 내뱉았다.


물론 괜찮다고 하셨다.

그리고 대충 운동화를 질질 끌고 나오며 본 시간은 12시25분!!!!


내 인생에 고등학교 3년이후로 20분만에 식사를 하는 건 처음이다.

얼마나 급하게 먹었는지 나에게는 낯선 트림이 연거푸 나와 나는 "풉!!!" 하고 실없이 웃었다.


늘 혼밥이 익숙한 나이지만 이렇게 눈치밥 먹는 게 실로 오랫만이다.

오후 교육이 있어 공원에 앉아 숨을 고르며 앉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졸음이 쏟아진다.

수고했어..밥 먹느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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