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생여정의 친구, 자매

by 바다에 지는 별

인생과 사람과 관계에 넌덜머리가 난 언니는 작년 염소 웃음소리를 내는 노르웨이 남자를 따라 휘바휘바의 고장으로 날아가 버렸다.



자연과 호흡하며 모든 시간이 멈춰버린 곳.

꿈의 그 곳으로 언니는 떠나 버렸다.


그녀가 떠난지 1년.


언니는 수렵, 어로, 채취를 하며 산과 들을 헤매 다녔고 눈이 녹은 어느 날부터 손수 자신의 집을 짓느라 류마티스까지 덤으로 앓게 되었다.


그 어떤 잡념도, 그 어떤 인생의 고뇌도 할 수 없이 그녀는 곯아 떨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영하 25도라는 살인적인 추위와 폭설이 일상이 되던 어느 날.


그녀는 우울해서 디질랜드에 가게 생겼다며 정기적인 통화를 부탁했다.

아직 언어가 되지 않아 모든 소통이 차단된 생활은 역시 언니에게도 버거웠던 모양이다.


언니는 끊임없이 내게 러브콜을 보낸다.

놀웨이 와서 같이 살자며.

심각하게 고려 중이기는 하나 수다스럽고 사람 좋아하는 내가 그 곳의 생활을 견딜 수 있을지 영 자신이 서지 않는다.


무튼 언니는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모든 한국에서의 관계에서 멀어진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만족해 했고 심지어는 여유로워 보였다.


지금은 개 두마리와 언니의 그 어떤 독설과 악다구니에도 "메헤헤헤!!!!"의 웃음으로 일관하는 약간 모자란 듯한 남편과 투닥거리며 잘 살고 있다.


언니는 가끔 자신의 남편이 진짜 모자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진심어리게 말했고 나는 빵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그 누가 들어도 그의 웃음은 독특하다고 했을 것이고 나는 순간 그 웃음소리가 곁에서 현장감 있게 연상이 되어 더 크게 빵터졌다.)


언니는 다혈질이다.

성격이 급하고 심지어는 독설가이기도 하다.

그런 언니의 그 어떤 공격에도 "메헤헤헤!!"의 웃음으로 일관하는 형부에게 약만 바짝바짝 올라서

내게 늘 통화의 마지막은 형부의 뒷담화로 마무리를 한다.


하루종일 육체적인 노동(본인은 노역하러 온 것 같다고 해서 또 빵터졌다.)으로 늘 내게 힘들다고 징징대지만 언니가 보내온 사진 속에는 그 어떤 가식이나 꾸며진 모습이 없는 언니의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였다.


평범하고 소박하고 일상적인 행복이란 것을 그 먼 나라 노르웨이에서라도 찾아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몇 억이 왔다갔다 하는 회사의 사장님이었고 늘 많은 사람들에 둘러 싸여 있으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도 수시로 통화를 해대는 언니의 숨 막히는 한국의 삶이 참 안타깝고 위태해 보였고 불행해 보였다.


지금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조금은 돈걱정도 하는 소박한 전업주부로 살고 있지만 참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요즘처럼 내 안에 소용돌이로 불행의 늪에 빠져 있는 내게 오늘 언니는 말했다.


"네가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는 거 언니도 해 봐서 아는데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니니라.

그러니까 괜히 속 끓이지 말고 차근차근 잘 정리하면 된다..마.."


참 평범한 내용인데 습지의 물컹한 내 마음탓에 나는 또 대답을 못 하고 목이 메었다.


인생은 별거 없다고 늘 언니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별 것이 없지만 버거워 하는 내게 언니는 또 구세군처럼 나타나 내 인생의 무게에

크게 한 삽 퍼 내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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