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껄렁한 로맨스 얘기나 하던 때가 그립다.

여성 가장들의 잡담..

by 바다에 지는 별


한 달 넘게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로 쉬었던 살사를 큰 맘 먹고 갔다.

파티를 하고 뒷풀이에서 의미없이 시끌시끌한 수다를 떨고 새벽 두시가 넘어 살짝 알딸딸하게 귀가했다.


매일매일이 너무 진지한 삶을 살고 있는 내게는 가끔 이런 의미없이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마시고 노는 일이 꼭 필요하다.

이렇게 놀고 나면 컴퓨터가 재부팅되는 것처럼 reset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 지쳐 있었던 내게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 7시50분 .

막내 녀석의 종교활동을 위해 깨워 드리고 초과근무를 하러 나왔다.


편의점에서 산 해장용 컵라면과 콜라, 인스턴트 커피를 꺼내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신김치와 함께 컵라면으로 간단히 해장을 했다.


그리고 시원한 콜라로 입가심하기 위해 쌍콤한 기분이 되어 병뚜껑을 따는데 간밤에 알콜 섭취한 나도 토하지 않았는데 녀석이 토를 한다. ㅋㅋㅋ

(오메!!!지롤~!!!)


다행히 흰 바지에는 튀지 않았다. 대충 수습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얼음채운 컵에 콜라를 붓고 시원하게 한잔을 들이켰다.


일을 하려고 했으나 나는 또 산만해진다.


브런치에 들어가 낯익은 닉네임 작가분들 집을 기웃기웃..



너무 오래 일했다고..

이러다가 신경쇠약 걸리겠다고...

좀 쉬고, 여행도 하라고 해 줬으면 좋겠다고 혼자서 self로 궁시렁 거린다.


누구는 일 쉬라고 해주는 남자사람도 있고..ㅜ.ㅜ

(앤디님의 글 눈팅하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댓글도 안 남기도 옴. ㅋㅋㅋㅋㅋ)

흥!!!칫!!!!뿡!!!!




나는 큰 아이 태어나서도 일을 했고 분가하면서 아이가 어려 2년여 육아에 전념했던 때 말고는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다.


하긴 나보다 더한 친구도 있다.

몇 일 전에 혜화동에서 만난 19년지기 친구도 졸업함과 동시에 대학병원에 들어가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그 친구와 자주는 보지 못하지만 그나마 가끔 보는 얼굴은 항상 피곤에 쩔어 있고 통통하니 살이 오른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보면 요즘 여성들도 남자들 못지 않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도 병원생활 20년 차가 되어가고 있지만 대우나 처우가 좋아지기는 커녕 권고사직이나 명퇴를 걱정하면서 이 눈치, 저 눈치를 본다고 했다.


심지어는 밤근무까지 두 달여를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고 했다.

거기에 유급휴가 6개도 사라진지 오래라고...


하아~!!!!

사는 게 왜 다들 이런건지...


그 친구에 비하면 나는 7년 밖에 안 되었지만 직업의 특성상 위에서는 사업을 벌여놓고 여기저기서 우리가 발품을 팔아 조사한 자료를

참 야무지게들 빨대를 꽂아 간다.


그리고 업무는 더 많아지고 더 쥐어짜고, 닥달하고...


하지만 44세란 나이는 어디를 쉽게 이직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여자이지만 나도 가장이니까.


그래도 젊었을 때는 여기저기 옮기면서 한 두달은 맘 편히 쉬었지만 지금은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다 남자를 떠올렸지만 요즘처럼 남자의 월급이 200만원이 넘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인 때이기에

여자들 또한 자연스럽게 그 가장의 역할을 나눠지게 되었다.


다들 하는 말이 외벌이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적극 수긍할 수밖에 없는 현실.


적게 벌어 적게 쓰자는 말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말이 되었고 여자들 또한 지금의 직장에서 철없고 책임감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던 시간은 지났다는 말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초과근무를 하는 여성 직장동료들.

기본급으로는 생활이 빠듯하니 초과근무를 운명처럼 여기고 나처럼 가족들 식사도 미리 준비 해놓고 꾸역꾸역 일하러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남자도, 여자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50대부터 이민이나 전원생활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공공연히 많다.


그나마 그들은 없는 여유에서나마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진정 한 달 벌어서 한 달 먹고 사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과연 탈출구가 없을까?


끊임없이 여기저기 곁눈질하고 파본다.

하지만 여전히 돌파구는 찾지 못 했고 그나마 퇴직할 즈음과 맞물려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조금씩 공부 중에 있을 뿐이다.

결론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몇 일전 40대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인 술자리에서 하는 이런 종류의 얘기를 그 친구와 나누었다.


진짜 이렇게 밖에 못 사는지...

이제는 진짜 여기가 내 마지막 직장이라는 체념으로 살아야만 하는 건지...

고용연금은 과연 우리 때 타먹기는 할 수나 있는지..


또 없는 돈 쪼개서 연금을 넣어야 하는지..

아니면 자식에게 용돈을 정기적으로 넣어달라고 해야하는지...ㅋㅋㅋ


그리고 퇴직하고 나면 뭘할건지...등등..


이렇게 여자들도 걱정이 많다.


30대 때는 그래도 풋풋하게 남편 험담도 하고 영화보면서 로맨스도 꿈꾸고 그랬는데 지금은 거나하게 취한 4,50대 아저씨들과 비슷한 내용의 대화를 하고 있는 우리가 낯설다.

칭구야~♡ 니캉내캉 무꼬 산다고 고생이 많다.



물론 답은 찾지 못했다.

그저 소박하게 할 수 있는 한 지금의 직장을 때려치우지 않고 끊질기게 다니고

내 손으로 번 돈으로 자식 키우며 사는 것이라는 씁쓸한 결론을 내리고 헤어졌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중년이나 노년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그저 조금 여유가 있고,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삶.

그 기본이란 것이 참 이렇게도 어려운가 싶어 괜히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나온다.


진짜 나도 이민을 준비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엄청난 폭풍수다를 좋아하는 내가 낯선 나라에서 사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흠...

무튼 나이가 나인지라 고민과 잡생각이 많아진다.

일이나 해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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