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랑해도 됩니다.

우리도 그렇게 싫어하는 그 분의 나이가 되겠지요..

by 바다에 지는 별

"기양 이래 살바에는 죽는 게 나아."


4월에 뵈었던 어르신이 내게 나가는 등 뒤로 던진

말씀이었다.


위암 수술 받고

배우자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식사 해결하기도 버거웠던 어르신..


자식들도 먹고 살기 바빠

얼굴 못 본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질환상담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르신 맘 속에 있는 서운함과 분노와 실망감..

그리고 버려졌다는 배신감들이 그 어떤 대화도 가로 막았다.



하지만

자식을 탓할 수도 없고

자식 편을 들 수도 없다.

어느 집이건 늘 사연은 있기 마련이니까...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51027224737_1_crop.jpeg 어머~~♡♡♡♡

시간이 지나

오늘 다시 찾은 어르신의 얼굴은 참 평온해 보였다.


자식들과 8월에 찍은 팔순잔치 사진을 자랑하시는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자제분이 한 달에 한번씩은 꼭 들른다며

아이같이 밝은 얼굴로 말씀하신다.



나는 7년동안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한다.


가족의 인연은 어떤 상황에서든 단절될 수 있으며

한 쪽에서 숨어버리면 그 어떤 노력으로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어르신들은 당신들의 잘잘못을 떠나

자식들과의 연락이 닿지 않을까봐

무척이나 노심초사하고 불안해 하신다.



혹시나 자식들이 연락이 뜸하고

냉담하게 대할 때의 그 불안감과 슬픔과 절망감은

어르신들의 목숨까지도 위협할 수 있을만큼

위협적이다.




그러나 자제분들에게도 그럴만한 많은 이유들이 있다.



자신들도 신용불량으로 숨어 사는 처지일 수도있고


젊은 시절 가족을 돌보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하고 당신으로 인해 온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을 수도 있으며


그 어디도 자신을 의탁할 수 없이

나이들어 늙고 병들어 나타나서 받아달라고 하는 부모도 있다.


이렇듯 그 이유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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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용서든, 이해든, 미움이든, 원망이든 다 좋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나쁜 것은

무관심과 방치만 아니라면 위의 모든 감정들은 오히려 선하고 고마운 것 일수 있다.


사랑하지 않아도 좋고

미워해도 괜찮다.


과거의 앙금과 미움과 원망에

충분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해도 관계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그 어떤 어르신도 외면 당하지 않고

쓸쓸하고 외로운 마지막을 가지는 않을 테니까....




우리는 인간이기에 한계가 있다.

인간이기에 이기적이고

인간이기 실수도 하며

그래서 뒤늦게 소용도 없는 후회를 한다.




인간이 인간을 완벽히 이해하고 받아 들인다는 것은 어쩜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저 내 인생이 맘에 안 들 듯

내 노후도 자신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즉....

나도 늙는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나도 언젠가는 원망스런 내 부모의 나이와 위치가 될 수 있다는......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연민 정도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애정을 가득 담지 않아도 된다.

냉담하고 무덤덤해도 좋다.


"식사 했어요?

뭐하세요?

아픈데는 없어요?

안 추우세요?"


이 중 한마디만 해도 좋다.


전화 한통....

그리고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드리는 가끔의 용돈만으로도

어르신들은 세상에서 제일 부자인 듯

오랜 시간을 행복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여담이지만

어르신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울 때가 언젠지 아는가?



자식들이 찾아와 주고간 옷 입고

같은 자랑 세번하면 그 분은 그 무리에서 왕따....ㅋ 대상 1순위가 된다.


그만큼 자식의 관심과 사랑표현이 어르신들에게는 절실하고 큰 것이기 때문이다.


망설이지 말고

오늘 전화 한통화 넣어 드리자.



당신의 그 어줍잖은 어색한 굿나잇 인사가

어르신의 일주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시험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