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이게 뭐지?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지? 했어. 내가 어디가 좋아서 저런 눈 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그런 나를 어찌 못 해서 안달나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 진짜 나를 좋아하는구나...사랑 받는 게 이런 거구나...했어.
대학 졸업을 하자마자 급하게 결혼을 했다는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그녀가 얼큰히 취해서 말했다.
조만간 그 조급하고 격정적이었던 인연의 끈을 놓아버리기로 한 시점에서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그 시간들이 아련한 듯 약간은 멍한 눈 빛이 되어 말했다.
살면서 너무 힘들게 하고 자신을 초라하게 했으나 막연한 믿음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고...
물론 나는 그녀의 말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워낙 자신의 속내를 다 드러내놓는 친구는 아니었고 늘 말을 아끼는 친구였다.
늘 외로워 하고 무언가 비어보이는 그녀는 반면에 차가웠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쉽게 친해질 수가 없었고, 5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집까지 놀러오는 친구가 되었다.
그 차가움의 모습은 상처받기 싫은 연약함에서 나오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얘기를 스스로 풀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하는 여린 아이가 그 속에 있는 사람임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와 내가 공통적인 면이 있다.
그것은 미련스러움이다.
원래 이기적이었고 자신의 이상과는 너무도 반대인 짝을 만나 그녀는 20년을, 나는 17년의 미련을 떨어왔다.
상대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흔들리기 보다 자신이 택한 사랑에 최선을 다하기로 결정했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리라, 내가 죽지 않을 만큼의 시간까지만 견뎌내리라 버텨온 그녀의 삶은 나와 너무 닮아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그 미련을 털어내려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아픔과 어려움이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한 마음으로 말했다.
그렇게 미련 떨만큼의 노력의 반만큼만 해서 살면 안 행복하면 이상할 것이라는 웃긴 결론. ㅋㅋㅋ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다.
서로를 비웃었다. 미쳤었다고...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르고 어쩌면 그렇게 미친 듯이 홀랑 결혼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느냐며...
우리는 서로를 보고 미친년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서로 다를 것 없는 자신을 보며 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씩씩하고 가벼워 보였다.
내가 내 마음에서 그를 놓아버렸을 때의 그런 느낌과 비슷한 느낌의 그녀가 보였다.
사랑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내가 믿고 싶은 만큼, 내가 아픈 만큼 아파봐야 돌아서지는 게 사랑이다.
미련을 떨게 되는 것이..
내가 기다린 만큼의 시간만큼, 거리만큼 그가 다가올 수 없을 거라는 결론이 보일 때 돌아서지는 게 사람이다.
충분히 기다렸고, 충분히 아팠고, 충분히 외로웠다.
하지만 옆에서 아파하는 걸 뻔히 보면서도 손을 잡아 줄 줄 몰랐고, 그 기다림을 알면서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뻔한 결과를 그들은 받아 들이지 못했다.
그 결정 앞에서 그들은 같은 모습으로 당황스러워 했다.
어제의 남자, 과거의 남자가 되어 버린 자신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남자들.
우리들의 얘기는 더 이상 과거에 있지 않았다.
여전히 예쁘고 밝고 따뜻한 그녀.
누군가의 부재로 더욱 생기 있어지고 밝아질 수 있다면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새벽 빗소리를 들으며 웅산의 노래를 들으며 그렇게 넋두리와 의미없는 깔깔거림으로 과거를 흘려 보내며 건배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