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늦은 귀가에 피곤할 엄마를 위해 빨랫줄에서 빨래를 걷어 방으로 가지고 들어와 차곡차곡 빨래를 개었다.
6식구의 빨래는 초등6학년 여자 아이가 혼자 정리하기에는 참 버거운 양이었다.
한 참을 정리하고 정리하다 엄마의 속옷이 유난히 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구멍도 나 있고, 늘어진 고무줄을 여러 번 교체한 흔적까지 있는 속옷들.
그 시절 나는 항상 세 살 터울인 언니의 옷을
물려 받아 입는 게 너무 싫었었다.
옷이 너무 커서 접어도 접어도 옷이 내 몸에 맞아지지가 않아 늘 옷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지만 불평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엄마의 속 옷을 보았던 그 날 이후로는
더 옷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착해서라기 보다 엄마의 속 옷에 대해서 괜한 죄책감이 들어서였다.
오늘 엄마인 내가 빨래를 정리한다.
레이스 부분에 올이 한참이나 나가 있어 구멍이 나 있는 내 속 옷을 보면서 그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막내 녀석이 갑자기 작년부터 쑥쑥 크기 시작해 분기별로 옷을 몽땅 다 사야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나 또한 과거 엄마처럼 내 속옷 한번 맘 편하게 살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큰 오빠와 언니가 한 살 터울이었고 나와 작은 오빠 또 한 살 터울이라 성장하는 속도가 매우 비슷했을 터였다.
엄마 또한 자신의 속옷 한 장 맘 편하게 못 사입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겹쳐졌다.
억울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마음에 서늘한 바람이 분다.
엄마도 여자라서 예쁜 옷, 예쁜 것을 좀 사 입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해 맑게 사 입으라고 하던 녀석.
그래...
몰라야지..아직은 알면 안되는 거지. ㅋ
언제쯤 헤아릴 수 있을까?
엄마도 예쁜 거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 많은 사람인란 걸 알게 되는 날이...
과거 내 엄마는 이런 말 한 번 하지 않고 그냥 일도 하고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피곤하게 코를 곯면서 곯아 떨어지고 그리고 또 새벽밥을 지어 놓고 출근했지만 나처럼 이렇게 생색 한 번 내지 않았는데..
나는 아직도 내가 많은 엄마라서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