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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Jan 31. 2017

기도

누군가의 이름을 새기고 신께 부탁하는 마음. 간절함도 있을테고, 은은한 가을바람 같은 바람도 있을 것이다.누군가를 향한 기도. 참 따뜻한 풍경이다.
최근 다녀온 백담사의 돌탑들이 소복히 하얀 눈을  덮고 잠들어 있다. 소원, 바람, 기도.  참 아름다운 단어들이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 사람의 앞 길을 위해 기도해주는 일은 내게 참 익숙한 일이었던 때가 있었다.


신과 멀어진 후 나는 더이상 기도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나 희망적인 말들로 위로하고 이끌어 주려 했다.


하지만 나는 요즘들어 내 한계를 자주 느끼곤 한다.


사람은 그 어떤 말로도 바뀌기 어렵고

내 진심어리고 진지한 조언들이 얼마가지 않아

그 효력을 상실해가는 모습을 보며

내 자신에 대한 회의감과 진심어린 조언의 말이란 존재가 참으로 허무하고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이 힘들어 하고 불안해 할 때  더 열과 성의를 다해 내 진심을 다해 호소하기보다 그저 간절함을 담아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면서 그들을 내 곁에서 오래오래 품어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교만할 때는 기도가 생각나지 않는다.


내 스스로에 대한, 인간이란 존재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 찾아올 때 정해진 종교의 신을 찾거나 불특정한 이름의, 막연한 의미의 신이란 존재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스스로의 인생도 어쩌지 못해 전전긍긍하면서 누군가에게 조언하고 길을 보여주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서로에 대한 과대평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되도록 말을 아끼고 지인들을 향한  바람이 담긴 기도의 작을 돌을 쌓아 올려보는 것도 현명하리라.




잘 될거야.

내가 응원할께.

네 생각나면 기도해 줄께.


라는 말이 예전에는 참 추상적이고 아무런 힘도 없는 말처럼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왠지 그 말 속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요즘 새삼 깨닫게 된다.



목소리를 낮추고,

힘을 빼고 한 발 물러서서 살랑거리는 바람같은 목소리로 지인들을 위로하고 안아주어야 겠다.




각자의 삶은 누구에게나 버겁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힘들 때 잠시 곁에 머물러 마음을 열어주는 일.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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