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삐뚤어질테다

인연, 운명을 믿지 않는 여인들

by 바다에 지는 별
으히히힛~~!!!

휴일아침 해장을 위해 얼음이 담긴 컵에 콜라를 따라서 딸랑거리며 들고와 비스듬히 누웠다.

"아...맛있다..히히히

아읏!!!으!!!!차가워..히히히히"


역시 앉아서 마시기엔 무리가 있었는지 가슴 위에다 흘린 콜라가 일어나 앉으면서 가슴골로 얼음처럼 차가운 콜라가 흘러내린다.


이 오묘한 느낌에 혜진은 혼자 ㅋㅋㅋ 웃어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혜진의 등짝에다 스매씽을 날리며 소리친다.


"ㅎㅎㅎㅎ으이그..이 년아~!!! 콜라 얼음물로 아침부터 느끼냐? 좋냐?"


"ㅎㅎㅎㅎ아..왜!!!!웃기잖아?ㅋㅋㅋ"


"으이그 미친년..ㅎㅎㅎ나가서 연애나 해 이 년아!!!"


혜진과 엄마는 밥을 먹으며 아까 콜라 얘기를 했다.

"엄마!!! 요즘 남자들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


박여사는 아무 말없이 밥을 먹었다.

혜진은 이어 말했다.


"진환이가 몇 일전에 나한테 현수씨라는 사람 얘기하더라. 알고보니 희수네 호텔 부사장님 아들이라고, 희수가 인사발령 나고 얼마 안돼서 이 사람한테 마음이 있는지 진환이한테 싸아..하다고..

그런 사람 나한테 어울리겠냐고...그러더라. "



박여사는 밥을 먹다 말고 혜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야야...진환이 앵간히 급했나 보다. 혜진아...그런데 현수는 괜찮은 사람같긴 하던데 진환이 그 놈도 참 못 났다.

뭐 그렇게까지 너한테 얘기할 거 뭐 있어?

그냥 입다물고 희수나 잡지 뭐하러 너한테 그런 말까지 하냐?


으이그...남자란 놈들은 늙으나 젊으나 발등에 불 떨어져야 정신이 번쩍들지. 쯧쯧쯧~!!!!!


혜진아!! 현수라는 사람은 그냥 편하게 만나. 괜히 친하게 지냈다가 돈다발로 싸다구 맞는 꼴 엄마는 못 본다잉? "



혜진은 웃으며 말했다.


"ㅎㅎㅎㅎㅎㅎ 엄마는...무슨..돈다발 싸다구야? 그냥 술 먹다 수발 몇 번 받은 건데...암 것도 아니야..사람은 좋은데 그냥 너무 반듯해서 싫어. 근데 왜 그렇게 요즘 자꾸 미주알고주알 톡을 하는지...


자기가 뭘 먹는지 안 궁금한데 점심에 뭘 먹고 있다며 톡을 하지를 않나, 우리 동네에 와서 뜬금없이 얼굴보고 가겠다고 하질 않나, 와서 봤더니 무슨 얘기도 없어. 뭐 할말 있다더니. 참나...그러고 차 마시고 쓸데없이 자기 속초 도보여행 간거 얘기하다 집에 갔어요. 뭐야? 뭐하러 왔어?


뭐..무튼..요즘 왜 내 주변에서 남자들이 이해 안되는 짓들만 골라서 하는지 좀 성가시네. 히히히히히!!!"


박여사는 혜진을 흘겨보며 말했다.


"미친년!!

야~!!!니가 30을 바라보는 나이에 즐길 때냐? 좀 번듯하고 너랑 맞는 놈 만날 생각해야지..

이년이..괜히 허파에 바람만 들라고 해...

쓸데없는 것들하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 잘라버려..


그리고 혜진아..

다음주 화요일 아빠 제사다. 잊은 거 아니지? 엄마도 반차 내고 올테니까 너도 시간 좀 맞춰봐. "


혜진은 알았다 대답하고 마저 밥을 먹고 일어서며 설겆이를 시작했다.


아빠가 그녀들을 떠난 건 5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살갑고 자상한 가장은 아니었지만 늘 덤덤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사람이었다.


혜진이 어렸을 때 돌아가신 얼굴도 모르는 아빠를 대신해 별다른 능력도 없이 허드렛 일을 하면서 단 둘이 엄마와 살 던 때 혜진은 엄마의 삶의 무게를 느낄만큼 빨리 철이 들었었다.


그런 엄마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중학교 2학년부터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고 스스로의 용돈과 가끔은 박여사를 위한 소소한 작은 선물을 준비하며 둘은 그렇게 소박하게 행복한 삶을 살아냈었기에 둘은 그렇게 큰 요행이나 자신들의 삶과 너무 많은 차이를 보이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는 않았으나 그들과 관계 맺고 싶은 마음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기에 혜진과 박여사는 현수의 상황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그저 자신들의 울타리에는 들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인연이라, 운명이라 이름짓는 건 한낱 인간의 욕심에서 시작된 단어일지도...



잘 난 것도 없고, 그저 먹고 사는 일이 빠듯한 두 여인들에게 뜻밖의 지금의 아빠는 엄마가 일하는 회사의 과장이었고 그 당시 결혼하지 않은 싱글남이었다.


박여사와 혜진의 두번째 아빠의 인연 또한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 또한 지금의 현수처럼 자신들의 울타리를 열어줄만한 사람이 아니었기게 둘의 인연 또한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이뤄졌었다.


그녀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소박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이 그렇게 초라하지 않다라는 완고함이 있었다.


그 울타리는 부드럽고 편한 모습의 그녀들이지만 결코 쉽게 넘을 수 없는 단단한 벽이었다.


혜진은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와 엄마의 인연이 새삼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에 돌아보니 참 애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르는 물소리에 혜진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한창 사춘기였던 혜진의 나이 15살.

집 앞으로 검은 승용차 한대가 서 있었고 그 앞에서 키가 훤칠하고 안경 쓴 남자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려는 혜진을 불러 세웠다.


"학생이 혜진이예요? "

혜진은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고 그 남자는 혜진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아..저는 엄마가 일하고 있는 회사 직장 동료예요. 잠시 저 쪽에서 얘기 좀 해도 될까요? "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여자 아이에게 이렇게 깍뜻하게 존댓말을 쓰는 남자가 의아했고 엄마의 직장동료인데 왜 자신을 찾아와서 얘기를 하자고 하는 건지 의아했던 혜진은 경계심을 풀지 않고 대꾸했다.


"엄마 직장동료인데 저를 왜 봐요? 그리고 아저씨가 누군지 알고 제가 아저씨랑 얘기해요?


남자는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미진씨 딸이네. ㅎㅎㅎㅎㅎㅎ..아 지금 좀 덥기도 하고 제가 좀 오래 기다렸어서 목이 말라서 그러는 거예요. 싫으면 어쩔 수 없는데 잠시 시원한 거 한잔 마시면서 얘기하면 안될까?"


집 200미터 앞의 작은 까페에 들어선 혜진은 얼음이 한 가득 담긴 오렌지 에이드를 한 모금 마시면서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남자는 혜진의 당돌한 눈 빛을 느낀 탓인지 좀 불편해 보였고 그는 헛기침 몇 번을 하고 입을 열었다.


"아..저 이상한 사람 아니고...사실 혜진양 엄마를 좀 오래 전부터 좋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너무 완고해서 혜진양한테 좀 도움 받고 싶어서 왔어요. "


혜진은 자세를 바로 하고 이 낯선 남자의 얘기를 더 들어보고 싶다는 눈 빛을 보냈다.

그렇게 오랫동안 홀로 지낸 엄마의 인생을 알만큼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늘 혼자인 여자로 산 엄마의 인생에 이 낯선 남자가 왠지 조금, 아주 조금 고맙게 느껴지고 있었다.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가 참 괜찮은 여자라서 아저씨가 오래 전부터

좀 쫓아다녔어요. 그런데 자꾸 엄마가 아저씨를 안 만나주네. ㅎㅎㅎ


이유가 혜진씨 때문이라고 했어요.

아저씨가 결혼 안한 총각인데 딸이 있는 자신하고 어울리지가 않는다고.


이 아저씨는 그냥 혜진양이 있어서 더 고마운데...

아저씨 나이도 있어서 언제 이렇게 예쁘고 반듯한 딸을 낳아올 자신도 없고...박미진씨와 혜진양을 욕심을 내고 있는 게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엄마인 박미진씨 쫓아다니고 있는 상황인데...

혜진양이 좀 도와주면 안될까?


엄마가 너무 완고해서...그렇다고 아저씨가 여자들을 감동시키고 잘 해주는 방법을 잘 알지도 못해서 너무 막막해서..."


남자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도 연신 땀을 흘렸고 그런 남자의 모습에 혜진은 어린 나이인데도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의 엄마인 박미진씨에게도 매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껴져서 남자가 조금 안쓰러웠다.


혜진이 입을 열었다.

"아저씨!! 우리 엄마보다 나이 적죠?"


남자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마보다 4살 젊어요. "


혜진은 음료를 한 모금 삼키고 잠시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저씨!! 엄마 37살. 아저씨 33살. 그쵸? 아저씨 그리고 총각. "


남자는 혜진의 계산에 좀 부끄러웠는지 귓 볼이 붉어지며 웃었고 혜진은 그런 남자에게 말했다.


"아저씨...엄마가 안된다고 했을 것 같아요. 아저씨 우리 엄마 스타일도 아니고 거기다 결혼도 안했고, 이렇게 큰 딸 있는 엄마도 그냥 안된다고 했을 것 같아요. 엄마는 부담되는 사람 딱 싫어해요. 아저씨 아닌 것 같아요. 엄마가 그렇게 얘기 했을 것 같아요. "


남자는 마시던 음료가 목에 걸렸는지 입을 막고 기침을 한 참 하다가 약간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 두 여인이 똑같은 말을 해서 ..ㅎㅎㅎㅎㅎ 놀래서...ㅎㅎㅎㅎㅎ


혜진양.

다른 건 맞아요. 내가 결혼 경험도 없고 혜진양처럼 큰 아이와 함께 지낸다는 게 그렇게 자신 있지는 않지만 나..오늘 미진씨 딸 보니까 잘 지낼 자신이 더 생겼는데 어쩌지?ㅎㅎㅎㅎ


좀 이 아저씨 왜 이러나 할지도 모르는데 아저씨 오늘 혜진양 보니까 좀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엄마, 미진씨한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ㅎㅎㅎㅎ


이렇게 멋지고 좋은 여인 둘인데 더 열심히 쫓아다녀야겠다. 이 아저씨가...ㅎㅎㅎ"


혜진은 이 낯선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짐작은 되었지만 엄마가 이 남자를 왜 오랫동안 밀어냈을지도 충분히 이해되었다.



자신의 인생을 무조건 딸인 혜진을 위해 오롯이 희생할만큼 강렬한 모성의 이유로 이 남자를 밀어냈다기보다는 두 사람의 평화스러운 생활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는 존재는 들이고 싶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는 혜진이었다.


혜진의 엄마는 외향적이고, 적극적이어서 늘 주변에 친구도 많고 술친구도 적지 않았지만 늘 그렇게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두 사람의 평화스러운 울타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해왔었다.


그랬던 엄마가 몇 일 뒤 그 낯선 남자와의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예상 밖의 식사자리였지만 그 남자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불편하지도 않고, 수다스럽지도, 과장스럽지도 않았다.


셋의 식사는 그저 평범한 한 가정의 식사 장면처럼 그렇게 평이해 보였다.


그리고 그 남자는 혜진이 16살이 되던 해에 그녀들의 울타리로 들어왔다.


그 남자의 가족들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인지 별다른 의식도 없이 남자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이사 후 두 달 뒤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


혜진은 한 번도 남자의 존재가 자신의 집에 있었던 경험이 없었기에 그 남자를 아침에 마주칠 때마다 당황스러웠지만 남자는 그저 공기처럼 그녀들의 삶에 녹아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남자였다.


엄마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으면 혜진이 먼저 일어났고, 그 다음에 그 남자가 부엌으로 와서 물 한잔을 마시고 의례 이제껏 그랬왔었던 것처럼 식탁을 행주로 닦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서는 까치집을 한 머리로 세수하러 들어갔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티비를 보고, 가끔 같이 외식을 하고, 쇼핑을 하러 나갔다.

그리고 혜진의 졸업식과 입학식에 그 남자는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그렇게 혜진의 모든 이벤트의 사진 속에 박혀 버렸다.



과장되지 않고, 넘치지 않으며, 수다스럽지 않지만 편안함이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따뜻함이 있는 남자였다. 혜진의 두번째 아빠는.



그리고 혜진은 아빠라는 사람, 남자라는 존재가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빠라는 존재의 무색무취의 잔잔한 따스함이 무엇인지도 알 것 같았던 어느 날...


갑자기 혜진의 나이 23살이던 때

자신의 본 업무도 아닌, 지원근무를 나갔던 날 갑작스런 추락사로 두 여인의 삶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장례식장에서 처음 보게 된 아빠의 가족들은 생각보다 꽤 많았다.

반쯤 넋이 나간 엄마의 곁을 혜진은 묵묵히 지켰고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상황에 엄마가 주인공이 될까봐 아빠의 죽음보다는 엄마의 안위에 더욱 경계의 날을 세웠다.



누군가가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저렇게 되려고 그렇게 가족들을 등지고 살았다고...

그냥 평범하게 살면 저렇게 되지 않았을거라고...



그 후 두 해를 넘기던 어느 날 우연히 드라마에서 들은 말이 과거 장례식장에서 그렇게 고상했던 그들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었지만 그들이 꼭 두 여인을 향해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거란 확신이 들었던 한 마디.

서방 잡아 먹은 년.


오랫동안 그 단어는 혜진에게 날카로운 비수처럼 꽂혔고, 하필 아빠는 왜 그런 자리에 자신들을 남겨두고 떠났는지 원망의 마음이 자리잡게 했다.


자신들의 소박한 평화를 깨고 들어온 아빠라는 존재는 오히려 자신들의 울타리로 초대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지만 오히려 자신들의 배려를 비난으로 남게 만든 아빠가 미웠다.


그렇게 강한 여인들.


욕심내지 않았고, 만족할 줄 아는 자신들에게 돌아온 이 질타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두 여인은 오랫동안 마음의 방황을 했고 떠나버린 남자를, 아빠를 원망했다.

그렇게 빨리 떠나려고 진한 향기를 남긴건지...그대가 남겨둔 향기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려고...야속한 사람..

아빠의 제사는 다른 장소에서 두 번 치뤄진다.


혜진의 집과 아빠가 가족이라 부르고 살았던 본가에서.


음식이 한 상 차려지고 혜진은 아빠의 위패 앞에 향을 꽂았다.


"혜진아.. 그래도 아빠가 8년동안 혜진이 너한테 아빠 해줘서 고맙다. 나는...

우리 이제 아빠 그만 원망하자. 엄마는 그걸로도 됐어.

너도 이제 결혼할 나이가 다 돼 가고, 결혼하면 아빠 생각 더 많이 날거야. 자식이 있어봐야 부모맘도 아는 거고...

편하게 지내라고 술 한잔 올려 드리자. "


밤이 깊어 상을 정리하고 작은 술 상을 차렸고

두 여인은 짧은 시간 자신들에게 머물다 떠나버린 남자를 추억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팔자란 말은 참 아이러니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삶을 살다가는 것이 팔자이고 인생인데 그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물길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한다.


인간의 명이, 삶이 신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이 신의 영역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일까?


만나고 이별하는 일은 그저 사람의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이고 그래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다.


구태여 누가 누군가를 만난 것을 인연이라고 이름짓고 불운한 인연이라 이름짓는 것은 그저 흘러가는 인생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고집이 아닐런지....


흘러가다가 고이고, 고인 곳에서 꽃을 피우고, 눈물을 흘리는 것.

그러다가 자신의 명대로 그 자리에서 소멸하는 것.

그냥 인생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원래부터 이유따위는 없었다.

그런 것을, 없는 것을 그 없는 이유를 찾고, 연결하려니 더 어렵고 난해한 것이지 않을까?

꽃들이 왜 피어나는지 이유를 알 수 없고, 바람이 부는 이유를 알 수 없듯 인간의 삶도, 인간의 인연도 그러하지 않을까?


그저 이 곳에서 누군가를 만나 함께 무언가를 나누고 각자의 생이 다해 소멸할 뿐...


소멸 후 오랜 향기로 주변인들이 추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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