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향하던 발걸음을 멈춰 서야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멈춰지지 않은 마음이 다시 그대를 향해 걸음을 내딛게 했습니다.
멀리서 보이던 그대의 등.
나의 어떤 얘기에도 그대는 가던 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그대가 뒤돌아 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환하게 웃어주기도 하고
나의 눈을 말없이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내 마음이 그대를 향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대는 묻습니다.
나에게는 그대를 향하는 내 마음의 수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그대에게 답하지 않습니다.
그대 안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빛들을 그대가 보지 못한 이유를 내가
설명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든 그대에게 가 닿으면 단단하게 굳은 마음이 부드러운 바람에 날리는 푸른 나뭇잎처럼 하늘거리게
된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대가 웃어주는 웃음의 진동으로 밝게 공명하게 되는 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대가 놓아버리고, 놓아주었던 많은 시간과 사람들.
아프게 다쳐가며 지나온 시간만큼 넓고 푸른 바다 같은 그대의 마음속에서 나는 마음껏 아파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피멍으로 가득한 나의 아픔을 그대라는 바다에 풀어놓아 버린 후
그대라는 푸른 물이 들어버린 나란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런 그대를 나는 사랑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그런 나를 그대는 무엇이라 부르지도 못 하고 나란 사람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어떤 답을 해야 할까요?
나에게 여러 빛깔로 반짝이는 그대를,
한없이 부드러운 바람 같은 그대를,
푸르름 가득한 바다를 닮은 그대를 내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내가 보았던 그대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을 이유 또한 없습니다.
오히려 사랑하기에 충분한 이유들로 가득한 그대라는 걸 의아해하며
물어오는 그대의 물음에 나는 할 말을 잃습니다.
나는 오늘도 답을 하지 않습니다.
그대의 맑은 목소리를 들으며,
그대가 가을 하늘 아래 맑게 토해내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내게 들려주는 따뜻한 응원의 말과 함께 맞춰오는 눈 빛 속에서
혼자 조용히 고백합니다.
그대를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