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잘 하고 싶은 내 급한 욕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머리 속에 가득한 내 지식이 아닌
그대를 그저 지켜봐 주는 마음이 필요했던 거였고
수 많은 걱정의 말보다
말없이 들어주는 귀가 필요했던 거였다.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었어야 했다.
그대를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내뱉은 어줍잖은 위로의 말들이
오히려 그대를 아프게 했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고
해야만 했었던 것 또한
불편한 내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이기심이란 걸
그때는 알지 못 했다.
그대가 힘들게 찾아 왔어도
아이처럼 내 이기심에 그대의 지친 얼굴을 알아차리지
못 했고 내 서운함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 내내 끝내 놓치 않고 잡아주었던 그대 손의 힘겨움을 나는 알아 차리지 못했다.
그대의 불안함과 아픔, 회한 속에서도 나란 존재를
헤집어서라도 찾아내고픈 나의 철딱서니 없는 이기심을
그대는 조용히 안아 주었다.
작은 선물 꾸러미로 악다구니 쓰던 아이가 금새 울음을 그치듯이 나는 며칠동안 독기가득한 눈매를 거두고
금새 순하고 해맑은 아이가 된다.
그대가 떠나고
그대가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밤풍경 속에서
힘없는 한숨같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떠올라
나는 밤새 꿍꿍 앓아댄다.
조용히 내뱉는 한 숨같은 한 마디 속에 묻어있던
그대의 젖어있는 마음을 기억해 내고는
밤새 뒤척인다.
그대가 잡아 주었던 손에 외로움을 늦게서야 떠올리고서
어두운 방안에 한참을 일어나 앉아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줄 몰랐다.
무언가를 해야만 했던 것이 내 이기심인 것을
그때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