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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Jan 21. 2018

사랑-길지도 모를 인생에 작은 선물꾸러미.

라라랜드 후기(강력한 스포주의)

역동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음악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

뮤지컬은 라라랜드가 서너번째인듯 하다.

(유럽인이라 역시 기럭지가 있으니 어떤 동작도 참 신나고 쾌활하다. )


배우를 꿈꾸는 미아와 재즈음악을 하는 세바스찬.

둘의 첫 만남은 교통이 혼잡한 도로에서 발기찬 중지 손가락의 언어로 시작한다.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틈틈히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미아.

그러나 번번히 퇴짜를 맞아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오디션도 보고 작은 파티들을 다니면서 친구들과 꿈을 공유한다.


6년동안 제대로 된 단역 하나 따내기가 어려웠던 미아는 우연한 기회에 크리스마스에 레스토랑에서 세바스찬을 만난다.


그 또한 사향길에 접어든 재즈분야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남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며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재즈를 향한 열정은 홀대받는 대중에게 어필되지 못하고 지배인에게 짜여진 음악대로 하지 않는다며 해고를 당한다.


시기적으로 좋지 않았던 그 순간에 미아는 세바스찬의 마지막 연주가 되었던 음악을  그 자리에서 들은 것이다.

깊은 감명을 받은 미아는 인사를 나누려 하다가 무례할 정도로 지나쳐 버리는 세바스찬과 의미심장한 두번째 만남을 갖는다.


그 후 더욱 심드렁한 파티에서 시시한 옷차림으로 연주하는 그를 몇 번 더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연애의 흐름대로 그들은 연인사이가 된다.


그리고 서로의 꿈을 근사하게 바라보며 응원하는 두 사람.

각자의 자리에서 알아주지 않지만 일상처럼 각자의 꿈을 꾸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서로에게, 서로가 가진 꿈에 반한 두 사람이 무척 달콤하다.


그러다 미아를 위해 안정적인 건반자리를 수락하는 세바스찬.

그의 공연을 보러 간 미아는 의아해 한다.

그가 지향했던 재즈가 아니라 그저그런 시시하고 요란한 음악의 건반연주자인 세바스찬이 너무 낯설었던 것이다.



이후 대중의 좋은 반응으로 장기투어로 연주를 하러 다니는 세바스찬과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으름장과도 같은 도전장의 의미로 단독 공연을 준비하는 미아.



서로 바쁜 일상 속에서 둘은 어느 날 말다툼 뒤 이별한다.

미아의 공연도 끝났고 그 후 상처 받는 미아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세바스찬은 공연을 접고 자신의 자리였던 재즈연주자로 돌아간다.


시간이 흘러 미아는 배우로서 성공했고 가정도 꾸렸다.

세바스찬 역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이 꿈꿔왔던 재주연주가로 성공했고 둘은 그 시점으로 해서 재회하게 된다.


세바스찬의 연주를 듣고 돌아서는 미아.

둘은 희미한 미소로 서로를 보내준다.

'러브스토리'의 장르에 거기다 뮤지컬로 이뤄진 라라랜드.

디테일한 스토리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평범해서 사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내가 무뎌진걸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에 이별이 자연스러운 과정 중에 하나임을 인정하는 지금 이 나이에 그들의 이별이 절절하게 와닿지가 않았다.


서로를 힘차게 응원하고 보잘 것 없는 각자의 모습에 홀딱 반할 수 있었던 순수함의 순간이 그들의 이별로 더욱 오래 소중히 아름답게 남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진정 순수하고 격렬한 사랑은 시들시들해질 때까지 끝을 보기보다 아쉬움과 미련을 남겨두고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무언가 서로에게 서로가 소중한 존재로 남아서 훗날 가능성이 1도 남지않은 기억이 될지라도 자신의 인생에 그 누구의 허락도 필요없이, 순수하게 자신만의 소중한 보석같은 추억으로 남는 게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명대사 중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Where are we?"

(우리는 지금 어디쯤 있는거지?)

"Just wait and see."

(그냥 흘러가는대로 가보자. )



운명적인 사랑 앞에서 흘러가는대로 지켜보자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말이 참 아름답게 들렸다.

어느 정도 헤어져 있던 시간의 공백에서 둘은 자연스러운 감정과 상황의 변화를 느꼈고 시간에게 둘의 시간까지 맡겼을 듯한 대사이다.


순수하게 뜨거울 수 있었던 젊은 시간.

그리고  미련과 아쉬움으로 떠나보낼 수 있는 서로가 있다는 것.

나는 이 두가지가 참 좋았다.


끝을 보고 싶지 않은 내 개인적인 연애 취향이랄까?

(아마도 나이탓이리라. )


무언가를 남겨둘 수 있다는 것,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맙고 길지도 모를 인생에서 작은 선물꾸러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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