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요양병원의 까페.
친구의 어머님이 계신 곳이라 잠깐 들러서 커피를 마신다.
사람이 우리 둘 밖에 없다.
까페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음악도 없다.
그런데 이 곳이 참 마음에 푸근함을 준다.
특별히 고유하고 특별한 커피맛도 아니고 그저그런 아메리카노지만 그냥 이곳이 좋은 것이다
들어와서 커피를 주문하는데 까페의 바리스타가 눈과 마음을 끈다.
호호백발의 안경쓴 할아버지.
그 분은 참 찬찬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고
건내준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는다.
그 분을 보며 잠시 내 먼 시간들을 그려본다.
나는 지금의 시간을 감사하되 젊음의 시간이 못 견디게 아쉽거나 다가오는 노년의 시간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노년의 시간을 동경한다.
치열하고, 각박하고, 숨 차는 젊음의 시간에서 한 숨 돌리듯 노년의 시간을 꿈꾼다.
이 곳의 바리스타처럼
바쁘지는 않지만 자신의 일이 있고,
약간은 지루하지만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접하며 구경도 하면서
삶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노년이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것이기에
동경이란 단어를 써 보았다.
가장 이상적인 꿈.
되도록이면 돌아보며 아쉬워하고, 후회하지 않기.
지금이라는 시간을 살면서 최대한 누리고, 즐기되 너무 먼 미래를 보지는 말기.
먼 미래를 꿈꾸고 기다리되
지금의 내가 너무 조급해지지 않을 정도로 잠시잠시만 지금의 나를 잊을 수 있는만큼만 기대하기.
이것이 내가 지금을 살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적당히 즐기는 사고방식이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스치면서 잠시나마
내가 꿈꾸고 있는 먼 시간 여행을 잠시 떠났다 돌아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