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사람이 많은 것을 감안해 늘 늦은 시간 목간을 찾았으나
오늘은 느긋한 싸우나를 즐기고 싶어 일찍 집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이 무척이나 많다.
싸우나 상단에서 얼굴을 가리고
예열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목간정예부대 어머님들의 얘기들.
해서 갖다 바쳐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젊은 며느리 험담과
남편 뒷담화, 그리고 자식 자랑....
일상적인 대화들이다.
잠시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어느새 상단까지 사람이 꽉 들어찼다.
엎어져 있던 나는 무안해져서 얼른 다리를 접고 일어나 앉았다.
몇 번의 냉탕과 싸우나를 와따리가따리....
그리고 귀가 따가워질 때 즈음 싸우나를 끝내고 본격적인 때와의 사투를 벌이러 실을 나왔다.
샤워기가 딸린 자리에 어린이 두 명.
유아용 대야에 물을 받아서 여자 아이스럽게 인형놀이를 한다.
오랫만에 듣는 혀짧은 소리의 귀요미들의 놀이를 무심한 듯, 집중해서 보며 홀로 피식피식 웃기도하고 헉헉대기도 하면서 때를 민다.
드디어
싸우나에서 보았던 익숙한 아가들의 어머님들 도착.
어린이 두명은 평화롭게 놀이하던 아가씨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울음소리로 목간통은 가득 찬다.
수증기와 비명이 가득한 이 곳은 왠지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나는...
저때 저렇게 어린 아기를 열심히 밀지 않았는데 저 어머님들은 참 열정적이시구나....라며 우리 아이 둘을 데리고 목간을 갔던 날들을 회상해 본다.
그런 아수라장에서도 그 누구 하나 말을 거드는 사람이 없다.
다 아이들을 키워 본 여인들이기에 그저 일상적인 풍경으로들 지나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
꽤 진도를 빼고, 뒷판으로 진행될 즈음...
손이 닿지 않는 쪽을 긴 때밀이 수건으로 비누를 묻혀 대충 닦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의 때수건을 홱 낚아채며 벅벅 문지른다.
옆자리에 앉아 계셨던 70중반의 호호할머니시다.
"에이그....그냥 이렇게 문지르는 것도 좋지...혼자서 그렇게 하면 그게 되나.."
나는 갑작스런 할머니의 배려에 몸둘바를 몰랐고,
속수무책 할머님의 의향대로 밀고 싶어 하시는 곳을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왜 구지 겨드랑이는 공략하시는 건지...거기는 제가 밀 수 있는데요....ㅡ.,ㅜ)
그런데....
70..아니 80은 되어가시는 것 같은 할머님의 파워가 아니다.
너무 아프다...
살살해 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참는다.
그리고...
길고 길게 느껴졌던 아픔의 시간이 끝나고 할머니 차례...
할머니는 참 고운 피부를 가지신 듯하다.
아기 살 다루듯 비누를 살짝 묻혀서 살살살 밀어드린다.
그런데 꽤 때가 있으셔서 두 번을 밀어드리고 비누칠을 하는데...
할머니의 등이 피나기 일보직전으로 붉은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다.ㅜ.ㅜ
나는 이실직고 했다.
"어머님...죄송한데요...제가 부드럽게 민다고 했는데 등이...너무 빨갛게 되어버렸어요..
아프시면 말씀을 하시지요..."
나는 몸둘바를 모르고 쩔쩔매며 말씀드렸는데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신다.
"아니야...나 원래 살이 그래.. 하나도 안 아팠어. 션하게 밀어줘서 고맙네요..."
하아...
진짜 아프셨던 거 아닌가, 아프셨는데 인사치레 그러시는 건지 심란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박카스 한병을 내미신다.
에잉???
급구 사양하는데도 너무 시원하다면서 마시라고 하신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박카스를 맛나게 마셨다.
마무리를 하고 탕을 나와 로션을 바르는데 역시나 목이랑 등이 벌겋게 타오르고 로션을 바른 자리가 따끔거리고 쓰리다.
하지만 나도 지은죄가 있으니 할 말이....쩝!!!!!
어렸을 때 엄마랑 목간을 가면
서로 등 밀어주는 것이 참 당연했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서로에게 부담주기 싫고, 싫은 소리 하기도 그래서 많이들 세신사에게 등을 맡기는 추세이지만 가끔 이렇게 등을 서로 밀다보면 어렸을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기억나면서 왠지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리고
아까 한 옥타브 올린 미음을 내시던 꼬마 아가씨들도 어느새 평화를 되찾고 엄마가 사주시는 바나나 우유를 사이좋게 노나 먹고 노는 모습이 참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