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너도 대단해.

내 어린 조카같은 청춘을 응원한다.

by 바다에 지는 별

'잘 들어왔니?'


며칠 전 노르웨이로 언니와 함께 떠났다가 6개월 만에 귀국해 버린 조카 녀석과의 첫 통화 대화다.


언니의 대쪽 같은 성격에 얼마나 모진 말을 해댔을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 나는 녀석의 얘기를 들어 주었다.


대화 내용은 이랬다.


영어도 아니고 노르웨이어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영어권 아닌 곳의 이질감 또한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과

언어란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에 넉넉치 않은 돈으로 시작한 녀석에겐 조급한 마음과 자신없음이 녀석의 귀국을 서두르게 했다는 것이다.


그 불안감과 두려움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고 쉽지 않은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은 아쉽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큰 고모만큼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가족 중에 아무도 없다고...


큰 고모가 너 들어가기 전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수고를 하면서 너의 출국을 준비하고 미래를 고민했을지 헤아린다면

지금의 독한 말은 니가 이해해 줘야 하지 않겠냐며 녀석을 다독거렸다.


녀석이 운다...

말을 잇지 못한다.

나도 눈물이 핑 돈다.


녀석은 참 내 자식 만큼이나 가슴 아프고 저린 조카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은 녀석에게

나는 연애편지처럼 애절하고 절절하게 편지를 써 댔다.


엄마의 부재, 아빠의 무관심, 할머니의 드센 성격, 고모의 폭언, 고모부의 이질감. ...


녀석에겐 그 어느 것 하나 맘 붙일 곳이 없이 사춘기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의 방 문은 늘 닫혀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면 늘 아무렇지도 않게 조용히 식사를 하고 사라졌다.


그런 녀석이 더 안쓰러워 나는 펜을 들었고

녀석의 닫혀진 문 틈에 편지를 끼워두곤 했다.


그렇게 녀석과 나의 마음은 늘 연결 되어 있었다.




'그래...그 먼 곳에서 니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니가 무슨 맘으로 돌아왔을지 작은 고모는 안다.

작은 고모만큼 외롭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지금의 너로 성장했다는 것 자체로 너는 대단해..'


나는 늘 녀석을 그런 맘으로 바라본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친구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고 나는 그런 조카에게

지금 계획하고 있는 일이 너무 무모하지만 해보고 싶다면

최대한의 위험율을 줄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조카의 마음에 대해 칭찬해 주었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일을 충분히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길을 생각해 보라고 얘기해 주었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가지 길이 있는데

하고 싶은데 능력이 안되서 못 하는 일,

할 수는 있는데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

잘 할 수도 있고 그냥 해 볼 수 도 있는 일이 있는데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이라고.



되도록 하고 싶은데 잘 하는 일을 하는게 좋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취미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을 해 주었다.


갓 스무살인 조카에게 미래를 얘기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버거운 일일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냐를 고민하라는 것은 참 가혹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조카에겐 여유로움이 없다.

최대한의 위험율이 낮고 자신에게도 맞는 일이나 그 일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상황들이 안쓰러운 것이다.


충분히 놀고

충분히 쉬면서 인생과 나와 사회에 대해서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시간조차 가지지도 못하고 사회로 뛰어 들어야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는 것은 비단 우리 조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요즘 사회 초년생 어린 친구들을 볼때

내 어린 조카와 겹쳐져서 더 속이 쓰리다.



하지만

녀석의 강한 정신력과 그 누구의 강압에도 거뜬히 버텨내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믿는다.


인생이 꼭 찬란해야 할 필요도 없고

화려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만큼

내가 하고 싶은 만큼만 하면서 살아도 나쁘지 않기에 무리하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시간이 없지만

최대한 현명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길

멀리서나마 응원하며 녀석의 흐느낌을 뒤로 하고 나는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로 통화를 끝냈다.


인생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게 해주는 좋은 기회를 선사해 주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생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힘들고

조금 버겁고

조금 불만스럽더라도

그런 직장을 다니며 내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가며 살아가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


5포, 3포...라는 말 자주 듣는 요즘이지만

내가 즐길 수 있는만큼을 즐기고

할 수 있는만큼만 꿈꾸는 것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또다른 삶의 방식일 수 있다.


왜 젊음에게 허구헌날 자신의 능력과 재주보다 더 큰 꿈과 더 큰 기대를 가지라고 강요하는가?


본인이 소박한 꿈을 꾼다면 그 소박함도 소중하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없는가 말이다.


굳이 옆에서 윽박지르고 채근하지 않아도

지금을 만족하지 않고 늘 날아 오르려 꿈을 꾸고 자꾸만 멀리 보게 되는 게 청춘이다.


본인의 날개짓이 더 필요할지

지금이 충분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나는 그런 청춘을 믿고 응원한다.


우리 조카와 같은 20대 청춘들...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