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휩쓸고 다니는 똥강아지 아들녀석.
동네 형아란 형아는 다 알고 , 동네 여기저기를 다 쑤시고 다닌다.
하루는 집에 와서 하는 말이...
"엄마!! 엄마 고향 친구 봤어."
놀라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놀이터에서 만난 1살 많은 형아 집에 놀러 갔는데 형아 엄마가 부산 말을 하더란다.
그래서 엄마도 부산사람이라고 했더니
형아 엄마가 부산 어디냐고 물어서
아들은 해운대라고 했단다.
놀란 형아 엄마는 엄마 이름이 뭐냐고 물었고
내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 녀석의 얘기를 들은지 몇일 안되어 매번 형아네 집에서 엄마 없는 애처럼 . . ㅋㅋㅋ...
그 더운 여름에 땀범벅된 시꺼먼 얼굴을 하고 들어가 라면이랑 피자를 매번 얻어 먹었던 녀석이었기에
늘 마음 한켠이 미안하고 고마워서 한번 찾아가야지 싶었다.
(한번 나가면 들어오지 않는 바람난 아들..밥 먹으러 들어오는 시간이 아깝다라나 뭐라나..ㅠ.ㅠ..하여 요기할 것을 가방에 챙겨 넣어주지만 활동량이 워낙 많은 녀석의 배는 늘 굶주려 있다.)
마음먹은 김에 집을 나섰는데 비가 억수같이 왔다.ㅠ.ㅠ
큰 우산 속으로 피자가 젖을까 조심조심 들고
그 형아네 집에 도착.
미리 방문드리겠노라 연락을 해 뒀던 터라
문은 열려 있었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 전에 아들녀석이 했던 얘기가 떠올라 이런저런 물음과 답을 주고 받았다.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같은 부산 해운대 여중의 동창인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부천이다.
이 먼 곳에서, 그것도 어느 놀이터의 아들녀석들을 통해 동창을 만난다는 게 어디 흔한 일이냔 말이다.
우리 둘은 흥분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나 그 친구나 키가 작은 편에 속했기에 늘 앞자리를 차지하고 거의 같은 분단 아니면 옆분단..이런식으로 같이 자리를 옮겼었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학교에서는 열등감의 응집체였기에
말도 없었고 친구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 그 친구의 이름을 들었을 때도
그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고 이름조차도 낯설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얘기를 나눌 수록
그 촌스런 이름..ㅋㅋㅋㅋ..이 조금씩 기억이 났고 그때의 하얗고 주근깨 많았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얘기들을 주고 받으면서
친구는 어렸을 때도 몰랐었던 기장댁이란 것도 그날 알게 되었다.
참 흔하지 않은 인연이었다.
이후로 서로에게 주변인에 불과했던 중학교 때와는 다르게 자주 연락을 했고
자주 만났다.
일상의 카톡도 즐거웠고
서로에게 먹을 것이랑 여러가지 것들을 서로 챙겨주었고
늦은 밤 함께 술잔도 주고 받으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랬던 친구가 1년쯤 뒤에 뜬금없이
남편은 여기에 두고 아이들과 창원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의아하기도 했고 너무 서운하고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친구와의 연락도 뜸해졌고
친구가 이사한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카톡 대문 사진으로만 친구의 근황을 알 수 있었다.
출근하는데 친구가 생각나 노래 한곡을 보냈더니 친구의 톡이 왔다.
직종을 바꿔 적응하느라 너무 정신없는 6개월을 보냈노라고 ....
한 달에 한번씩 보는 남편이 참 예뻐 보인다며 수다를 한참 떨었다.
친구는 좋아보였다.
비오는 날 처음 방문했던 그때...
이런저런 얘기로 친구의 인생을 들여다 보면서 친구가 우울증도 심했고 많이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와 그닥 다르지 않은 상황에 또한번 놀라면서
나는 내 스스로를 위로 하는 것처럼 친구에게 위로의 얘기를 해 주었다.
친구는 사춘기 때의 말없고 조용하던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의 얽히고 정리되지 않은 인생을 정리해 준 시간에 대해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친구에게 내가 답을 알려 준게 아니라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치고 나갈 힘이 좀 부족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친구와 나의 중년 인생은
사실 그렇게 밝거나 즐겁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행복하지도 않았다.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위에만 바라보지 말고 내 손에 쥐어진 것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던 것이다.
바뀌지 않는 남편, 늘 그저 그런 살림살이,
늘 직장과 집을 오가는 우리의 모습이 바람빠진 풍선마냥 시시해 보였던 그 때
우리는 서로를 만나 서로를 그렇게 위로했던 것이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멀리서 바라보기...
그래서 친구는 떠났노라고..
지금의 거리에서가 딱 편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친구가 행복하다는 말이 가슴 아릿하게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아침 안개 자욱한 아침에 친구가 그리워서
친구가 주고간 커피알을 갈아 커피를 내린다.
친구야..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