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일하다 고상하게 퇴직하고 싶습니다.
일요일의 완벽한 잉여로움을 위하여
내 밧데리가 방전될 정도로 토요일 모든 집안일을 마쳐 놓았다.
덕분에 일요일 아침 일어나서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글도 한개 쓰고, 책도 보고, 낮잠도 한숨...ㅋㅋㅋ..
일어나서 아저씨처럼 배를 벅벅긁으며 거실로 나왔다. (이거 갑자기 해보고 싶었음...진짜 잉여로움이 느껴질 것 같아서..ㅋㅋㅋ)
그리고
백만년만에 티비를 켰다.
'비정상 회담'이라는 프로를 본다.
이 프로는 성시경과 유세윤,전현무와 각 나라 외국인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시경군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프로를 가끔 본다.
오늘의 주제는 흙수저와 금수저이다.
(이 말이 나는 극도로 싫다. 뭐든 상대적인 비유들에 늘 비위가 상하기 때문이다. )
다양한 국가에서의 빈부의 측정 잣대와 경제 등의 다양한 주제가 나온다.
흙수저로서 포기해야하는 많은 청년들의 시름도 있었고
부자인 기업이나 사람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등의 얘기들....
하지만 내게 귀에 꽂히는 것은
노르웨이의 경제 상황이었다.
노르웨이는 직업군들끼리의 격심한 임금격차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세금.정치, 경제, 제도...뭐 이런 단어들은 먼 얘기들이었다가 이 한마디가 귀에 꽂혔다.
반면 이런 이유 때문에 노르웨이 사람들이
오히려 열정이 부족하며
노력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들의 얘기들을 들으면서
나의 소심한 주먹이 떨려온다.
요즘 민노총에서의 시위에서 많은 부상자가 나왔던 뉴스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먼 시골서부터 서울까지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그들이 왜 모여 들었을까?
나도 한노총소속으로 노조활동을 한다.
활동한지 1년정도의 새내기 노조지만
활동을 하면서 줏어듣는 얘기들이 있다.
노조를 결성하는 직업군들은 교직원, 의료인, 농민, 노동자, 운전수, 청소업..등 매우 다양한데
많이 배우든 그렇지 않든 소수로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소박한 사람들이 노조까지 결성하는 이유는 최소한 먹고 살게는 해달라는 요구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노동자로서, 피 고용인으로서의 정당한 대우와 적절한 보수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터무니 없이 급진적인 임금상승을 요구하거나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생존...
그냥 먹고 살수 있는 만큼의 요구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물론 기업이나 국가의 입장에서는 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솔직히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자세부터가 틀려 먹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나는 시간제에서 무기직으로 바뀌면서 30만원의 기본급이 강등되었다.
윗분들은 그 당시 노조에 대해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지 우리를 불러 모아 협박을 했다.
이런식으로 시끄럽게 하면 내년에 채용 안하고
다 갈아치워버리겠다는 둥,
8년 이상 이 직업을 하고 있는게 다 누구 덕인데 배은망덕하다는 둥....
누가 노조 들었는지 이름 대라고 윽박지르고
끝내는 조용히 안 하면 재미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노조를 만들었고
노조에서 공식적으로 시에 기업을 고발했다.
시직원들이 나와 조사를 벌였고
윗분은 징계를 받았다.
이후로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자세는 많이 조심스러워졌으나 끝내 우리의 임금회복을 지켜주지 않았고 올해 1년동안 교섭한 결과 겨우 7만원여의 임금상승을 해 줄 뿐이었다.
그 어떤 직군에서도 임금의 유지는 있어도 강등은 찾아 볼 수 없다고 했다.
있을 수 없는 현실이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이다.
나 또한 강등되기 전의 월급으로도 매우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강등되고 보니 벌써 아이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졸라매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나의 무능력함에 가슴아파해야 했다.
힘없고 나이든 직장인 13년차인 나는
세상이 평등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어느 정도의 상식과 이해가 통하는 세상을 바랄 뿐이다.
세금을 아무리 많이 내고, 걷어도
직군간에 격심한 급여차이가 결국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상실감을 들게 하고
더 나아가 그로 인한 사회 문제들이 증가하는 것의 가장 큰 핵심은 돈, 임금이다.
국가는 농민이든, 노동자든 먹고 살도록 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 기본권 조차도 들으려 하지 않고
무조건 입막음하려 물대포나 쏘아대고
사람들을 때려 눕히는 정권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왜 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되었는가 ?
그들이 나오기 전에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 줄수 있는지에 대한 정직한 답변을 해 주지 않았는가?
나는 정의롭고 전투적인 노조원은 아니다.
그저 두 아이의 엄마이고, 내 직업을 사랑하고, 지금의 내 직장에서 고상한 은퇴를 꿈꾸는 소시민일 뿐이다.
하지만 이 나라는
순하고 소박한 나같은 노동자도
투사로 만드는, 개념없고 나라 걱정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든. . .
희망을 잃어가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최소한의 삶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지금부터는
희망과 미래라는 뜬구름 잡는 게 아닌, 내 밥그릇이라도 지켜내기 위해서 팔짱을 풀고 일어서야 겠다.
빌어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왠지 넣어 두었던 노조 조끼를 꺼내보고 싶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