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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May 27. 2018

 아픔을 마주하니 행복도 있었구나.

영화 리뷰-우먼 인 골드(2015년)-스포주의

*등장인물

헬렌 미렌(마리아 알트만 역)

-그림의 실제 주인이자 이 영화의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랜드 쉔베르트 역)

-마리아 이웃 친구의 아들.

변호사로 마리아의 그림을 찾아주기 위해 오스트리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한다.     




다니엘 부륄(유베르투스 체르닌 역)

-여러 그림에 숨겨진 소유권을 폭로하는 다수의 기사를 썼고, 마리아와 랜드를 적극적으로 돕는 일을 한다.



 

안체 트라우(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역)

- 부유한 유대인 은행가 태생으로 18세에 테르디난트 블로흐(마리아의 삼촌)과 결혼했다.

남편 테르디난트는 화가 클림트의 후원자였으며 아내를 모델로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1925년 뇌수막염으로 사망했다.



 

오스트리아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사진. (1862~1918)

가난하고 우울했던 어린시절을보냈고 회화와 수공예적인 장식 교육을 받았고 그림 이외에도 벽화를 그렸다.


성과 사랑, 죽음을 주제로 전통미술에 반하는 작품활동을 했고 그의 작품으로는 유디트, 아델레 블로흐의 초상화(과거 women in gold), 입맞춤, 다나에 등이 있다.



*줄거리

실화를 바탕으로 싸이먼 커티스 감독의 이 영화는 세계2차대전 때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뒤의 빈(비엔나)을 배경으로 한다.


나치 정권이 집권하며 개인의 보석, 예술품 등을 강탈하고 홀로크스트가 자행되던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마리아와 남편은 미국으로 망명했다.


후일 마리아의 언니가 사망하고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숙모의 초상화를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환원받기 위해 같은 오스트리아인 친구의 아들에게 이 일을 의뢰한다.


개인 로펌회사를 차렸으나 일이 잘 되지 않아 큰 로펌회사에 취직한 랜드는 어머님의 부탁으로 마리아의 그림환수에 대한 일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저 거액의 가치를 알고 이 일을 시작했으나 후일 그가 오스트리아를 방문해 마음을 크게 돌이킨 후 자신의 회사에서 그림환수 건에 대해 허락을 하지 않자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의 아내가 둘째를  임신해 있는 상태로 생계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까지   이 일에 전념한다.


경험도 없는 신출내기 변호사가 오스트리아 국가를 상대로 법정에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이다.





* 후기

"니는 쫌!!! 버리고 살아라!! 가스나야!!! 징그럽다..아이고오~~!!!"


세 살 터울의 언니는 가끔 우리 집에 오는 날이면 새댁인 며느리가 못 미덥고 당신 아드님 혹시나 굶길까봐 불안한  시어머니처럼 여기저기 다 열어보고 들춰보다가  30대가 넘어가는 내게 저런 맨트를 날렸었다.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은 다양하다.

엄마가 우리집에 신고 오셨다가 발 편하다며 벗어주시고 가신 운동화와 단화.(5년 산)


그리고 언니가 20대 신혼 때 쓰던 코렐 접시 세 점(15년 산)과 언니가 입던 스웨터 두벌(6년 산)과 이불의 위용을 닮은 넥 워머(8년 산) 등등이다.


나는 20대가 되기 전에 모두 독립한 형제에 대한 그리움이 컸고, 그 중에 특히 언니에 대한 마음이 컸다.

지금도 언니는 노르웨이 그 먼 곳에 산다.


그래서 접시에 음식을 담아낼 때마다, 겨울의 차가운 냉기가 마음까지 얼어붙게 할 때마다 언니의 넥워머를 둘러감고서 푸근한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  


그리고 친정은 부산.

자주 뵙지 못하는 엄마를 나는 아침 운동할 때마다 엄마의 운동화를 신으며 엄마의 냄새를 맡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리아는 결혼하고서 전쟁으로 인해 일찍 부모님 곁을 떠나고 가족들을 일찍 잃게 되는 아픔을 겪는다.


마리아가 나이들어 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그 그림을 찾고자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곰곰히 한참을 생각해 내느라 애를 먹었다.

물론 완벽히 이해했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그녀는 말했다.


이 그림 한점이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작품이지만 자신에게는 숙모라고.    


어렸을 적 유난히 그녀를 예뻐했건 아델레는 어린 마리아에게 인생을 알려 주었던 사람이다.

너무도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기에 마리아에게는 어떤 돈의 가치보다 소중하고 그리웠을 것이다.


누군가의 손 때가 묻고, 체취가 스며있는 것이 개인에게는 더 이상 사물이 아니라 그리움의 대상자체의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뜻도 되리라.


그래서 나는 마리아가 그림의 엽서를 볼 때마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지 짐작이 되어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그리고 마리아는 법정싸움을 위해 자신의 나라였던 오스트리아에 가는 것을 극도로 힘들어 하는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이 곳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가족과 이별해야 했으며 떠나오는 과정에서 느꼈던 공포감을 다시 떠올리며 무척이나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이 들어 희미해질 때도 되었건만 그녀는 그 곳에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곳에 있는 것처럼  매우 부담스럽고 불안했는지 무척이나 망설이는 듯 보였다.


그리고 도착한 비엔나.

기억되어 있는 그 장소에 그 사람과 다시 조우하게 되고 이내 평안해지는 그녀.



두려움을 이겨내고 아픔의 장소로 돌아와서 용기있게 과거의 그들과 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녀는 오랜 세월 단단해질대로 단단해진 두려움을 녹이고 마음껏 자신에게 소중했던 시간을 그리워한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그것이 치명적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한 번 심하게 아파본 사람은 그 비슷한 상황이나 닮은 사람만 보아도 과거의 그 통증 크기만큼을 고스란히 느끼기에 되도록 비슷한 장소나 사람, 상황에 매우 극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피하거나, 숨거나, 부정하는 등의 여러 방법을 동원해 그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려 애쓰지만 결국은 그 아픔과 고통을 바로 바라보는 것.

그래서 자신을 오랜시간 괴롭힌 상처가 오롯이 고통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좋은 추억과 기억이 함께 공존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용기를 내어볼 이유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두려움은 외면할 수록 그 실체가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

나또한 10년 넘게 묵혀둔 상처가 있기에 마리아의 힘든 여정을 결심하고 그 곳에서 그 두려움과 고통과 화해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의 용기가 생겼다.




그림을 돌려받은 마리아의 모습.

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 마리아는 2011년 94세의 나이로 이미 고인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림을 미국으로 가져와 유명 화장품 업계의 거물 로덜드 로더에게 1,500억을 받고 그림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 전시하는 조건을 걸고 팔았다고 한다.


이후 그림은 로더가 운영하는 뉴욕의 노이에 겔러리에 전시가 되었고 그림을 판 돈으로  친척들을 도와주고 그림 환원을 위해 애쓰는 기관에 그 돈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아델레가 결혼선물로 받고 후일 마리아의 결혼선물로 물려준 다이아 목걸이는 나중에 나치의 헤르만 괴링 아내의 소유가 되었다고 한다.  



마리아가 그림을 환원받기 전에  자신의 작은 가게를 열어 생계를 유지하면서 조금은 어렵지만 소박한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사건 이 후그림을 되찾고 그림을 판 뒤에도 그녀는 자신이 원래 살던 집에서 소박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물론 구체적인 지출 내역은 알리없지만 돈의 많고 적음으로 해서 별다른 인생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 나는 또한번 놀랐다.


돈이란 뭘까?


나는 한 번도 복권을 사 본 적이 없다.

큰 돈이라는 녀석이 평생 내 것일리 없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후부터 나는 최선을 다해서 돈을 가질 궁리를 아예 시도조차 해 본적이 없이 살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돈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체감하며 살았기에 두려움도 충분히 안다.


마리아 또한 경제적으로 풍족한 어린 시절도 있었고 미국으로 망명하여 이런저런 어려움과 궁핍함에 시달리며 미국생활에 적응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그렇게 돈이 있어도 보고, 없어도 보았을 그녀에게 그렇게 큰 돈이 생겼음에도 별다른 마음의 동요없이 너무 평범하지 않은 방법으로 그 돈의 쓰임을 쓰고 생을 마감했다.


마리아는 처음에서부터  영화 중반에서까지 꼬장꼬장한 이웃집 할머니의 이미지로 나온다.


힘없고, 별로 돈도 없는 할머니였지만 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존감이 있어 보였고, 그 어떤 사람이나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이 있다.


그런 그녀였기에 어마어마한 액수의 거금 앞에서도 그녀는 그저 자신이 살아왔던 대로 별 영향없이 그 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요즘 멋있게 나이들어가는 법에 대해서 많은 호기심을 느끼고 그에 관련된 책을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리아라는 예쁘고 도도하게 나이들은 그녀의 비결이 궁금했다.



사람에게, 상황에, 돈에 흔들리지 않고 그저 자신의 삶의 방향대로 조용히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 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들어 있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사진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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