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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바다에 지는 별
Aug 15. 2018
마지막이 슬프길..
연극후기
친구가 준 무료 티켓으로 간만에 연극을 관람했다.
아내가 시각장애가 있고 조금은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 딱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적인 장면부터 시작한다.
나는 부산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의 너무나 잔망스러운 대구사투리와 억양이 무척이나 즐겁고 재미나서 극시작부터 흥분이 되었다. 같이 간 친구가 나를 챙피할 정도로 나는 격하게 흥분된 상태였다.
남편의 죽음으로 노부부의 스토리는 끝이 나고, 거슬러 거슬러 그들의 연애의 시작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결혼까지 갔는지의 우여곡절의 과정이 극의 끝이다.
어쩌면 매우 식상한 스토리다.
여러가지 상황 끝에 결혼하고, 결혼이 일상이 되어 생활하는 이야기.
투닥거리고, 그러다 아프고, 그래서 서로가 더욱 돈독해지고, 그러다 누군가가 먼저 떠나게 된다는.....
연극을 보며 생각했다.
연극의 뻔한 스토리처럼 삶은 별다른 거 없다고.
우리의 삶도 그저 그런 스토리로 살다가 그렇게 끝이 난다.
비록 연극으로 여러 재미요소를 가미해서 만들었을 뿐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연극을 다시 한 번 자신의 인생으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 번뿐인 인생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 하고 난 다음에는 조금 더 재미나고, 조금만 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면서 자신에게 허락된 만큼의 삶을 자유롭게 살다 내 인생으로 마감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누군가에게는 자식이고, 아비이고, 어미이며, 또 누군가에는 마누라이자 지아비인 우리들.
그러나 각자의 자리의 협업관계에서 비교적 협조가 잘 되어 서로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절실해지면 더할 나위없는 마지막 반려자가 되어줄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균열과 수많은 위기감을 극복하지 못한 서로가 되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마지막까지 아웅다웅의 애교정도의 이질감정도가 아니라 서로의 존개 자체의 참을 수 없는 갑갑증과 괴로움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관계가 어쩌면 일상적이고, 평범한 중년이상의 부부관계가 아닐까 넘겨짚어보지만 객관성이 떨어지기에 관두기로 한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숨막히는 일상을 사는 극단적인 관계가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나이를 먹고, 각자의 편한대로 자신의 노년을 자신만의 시간으로 누리고 싶다라는 열망은 어쩌면 나이들수록 더욱 절실해지지 않을까 싶다.
졸혼.
결혼을 졸업한다고 하는 단어.
아내, 남편이라는 이름으로의 책임이나, 의무에서 서로를 놓아주되 법적으로는 부부의 관계를 유지하는 하는 것이다.
중년으로 편입하고 한창 남아 있는 책임과 의무를 지켜내고 있지만 아직은 혼자되지 않았고 티격태격하며, 아웅다웅하며 함께 길을 가고 있는 많은 이들을 생각해 본다.
혼자라고 해서 결코 홀가분할 수 없지만 둘이여서 더 숨이 막히고, 무겁고 힘들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먼 사람들...
모두에게 지금은 최대한 버텨내기의 시간을 지내고 있겠지만 지켜내야할 시간이 지나고 난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주인공의 노년의 삶에서 남편이 먼저 죽고나서 아내가 남편을 그리워하던 그 장면.
과연 우리는 내 곁의 사람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슬퍼할 수 있을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무덤덤한 관계로 마지막을 보낸다면 그것이 훨씬 더 슬픈 세드앤딩의 삶이 아닐까?
그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서로에게 맞춰가고, 노력한다면 희망적일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의 인생도 연극처럼 서로의 부재를 안타까워하고 슬퍼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감정이 남아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고 서로에게 고마운 세월이었을지....
그러나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하고 노력했으나 다 놓아버리고 싶고, 진정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열망이 커진다면?
혼자된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고 행복하다면?
그 꿈을 최대한 내 주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조심히 준비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조준이라는 배우.
어찌나 연기를 완벽하게 해 내는지...너무도 매력이 넘치는 남자다.
그는 청년경찰 영화에도 조연으로 출연했고 거기에서도 주연들의 극찬을 받은 조연배우다.
나는 정형화된, 조각미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란 걸 안다. )
그의 외모는 사실 그다지 볼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의 연기력은 그 외모조차 자신만의 개성이라고 옹호할만큼 눈에 콩깍지가 씔 정도로 최고다.
나는 그런 남자가 좋다.
잘난 것도 없고, 그리 내세울 것 없어도 자신의 세계가 확실하고, 자신만의 매력이 가득한 남자.
그의 긴 조연생활동안 있었을 많은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들을 다 이겨낼만큼의 건강하고, 강인한 섹쉬한 정신력의 남자.
에너지 넘치고, 세상에, 상황에, 인생에 담대할 수 있는 강인함을 소유한 남자.
간만에 참 섹시하고, 멋진 남자를 느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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