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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Oct 09. 2018

맘껏 자기방어와 변명을 해야 잘 늙는다.

영화 변산 리뷰


랩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보는 초반 내내 끌까말까 고민하며 보았다.


홍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랩퍼가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초반의 장면은 여느 스토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서서히 자신의 고향인 변산과 얽히면서 슬슬 재미가 있어진다.

그런데 하필 김고은이 주연이다.

나는 그녀의 연기가 참 어색하고, 억지스런 면이 많게 느껴져서 영 거슬리는데....


그래도 스토리 전개상 그냥 좀 넘어가 줄 정도이긴 했다.


건달의 아버지로 인한 많은 아픔을 갖고 살았던 주인공이 동창이자, 자신을 어렸을 때부터 동경했던 여자 주인공의 도움으로 죽음에 직면한 아버지와 주변인들과 화해를 이루는 내용이다.



글을 자주 끄적이며 살았던 주인공.

불우한 어린 시간들을 자연과 글로 풀어내며 살았던 어린 남자아이에 눈이 간다.


그 어린 소년은 랩퍼가 되었고 그 소년을 바라보던 소녀는 작가가 되었다.


삶에서 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생긴다.

소년은 자신의 울분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 두려움을 고백하는 절실한 친구같은 존재였고, 소녀에게는 붉은 노을처럼 강렬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일기장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결국은 둘은 자신의 어린 삶에서부터 시작된 생활이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삶이 되었다.


나와 많이 닮아 있는 부분이었다.



내가 살아내는 삶의 시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

사람에게 털어놓고, 이해받고, 공감 받는 것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모두 이해받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살아낼 수록 고독한 것이 이 때문이 아닐까?

어느 부분은 다양한 부분에서 자신을 받아 들여주고, 위로받고, 서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어줍잖은 자기방어와 눈속임이 들어 있다.

그것은 자신만이 아는 거짓말이다.


그것을 순수하게 토로하고, 변명하며, 정직해 질수 있는 것이 글이다.

그런 과정을 자꾸 무시하다보면 스스로도 진정한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온다.


그러기에 꼭 우리에게는 스스로에게 정직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꼭 글쓰기의 작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그러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고 더욱 사람다운 사람으로 탈피하려면 말이다.


영화처럼 굳이 억지스러운 해피앤딩이 아니어도 좋다.

굳이 자신과 타인과 화해하지 않아도 좋다.

스스로를 그대로 들여다 보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해피앤딩으로 자연스럽게 가야할 것 같은 마음의 이끌림을 받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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