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나타내시며 밤마다 주의 성실하심을 베풂이 좋으나이다.
-시편 92편 1절 중
운동하는 내내 이 구절이 생각나서 집에 돌아와 20년 묵은 먼지를 뒤집어쓴 성경책을 펼쳤다.
형형색색의 색연필로 칠을 하며 보았던 나의 어린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깨알같은 글씨들을 따박따박 읽어내려 갔었던 그 때와 달라진 것은 노안으로 인해 더 이상 글자가 선명히 보이지 않게 된 것과 더 이상 기독교 안에 갇혀진 하나님이 아닌, 더욱 막연하고 넓어진 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크리스챤은 아니지만 오늘 아침 나는 세상의 주인인 신을 새삼 매우 가까이 느꼈다.
새벽, 저녁 운동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넘어간다.
해가 떠오르는 것과 달이 뜨는 것을 바라보며 신의 존재가 한발짝 한 발짝 다가온다.
달이 밝은 밤엔 푸르고 어두운 밤이1 아름다워서 신께 감탄하고,
오늘같은 흐린 날은 포근한 이불처럼 세상을 푸근히 안아주는 그 분의 품이 무척 위로가 된다.
'괞찮다..괜찮다..'
내게 토닥이는 듯..
이제는 놓아도 될 것 같다.
내 것일리 없고, 내게 올 것 같지 않을 그것들을 놓기 싫어 세차게 고개 흔들던, 고집스럽게 움켜쥔 손의 힘을 풀어도 될 것 같다.
이 넓은 우주의 주인의 이름을 알지 못 하기에 감히 무어라 이름하지 못 하나 그저 부는 바람으로, 뜨는 해로, 푸른 하늘로 내게 위로하고 말을 하신다.
그 분의 시간으로,
아무 조건없이 많은 것들을 누리게 하시고, 선물로 주신다.
그만 욕심 부리고, 떼쓰자.
내 것은 원래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