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에서 '세바시 275회 자기 해방의 글쓰기 | 김영하 소설가' 보기
어느 티비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작가라며 잠깐 눈길을 줬었다가 매료되었던 사람이 있었다. 너무 강력하게 끌리는 그의 매력에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리라는 그의 이름 세 글자는 지나친 자만감이었다.
그의 이름을 잊고 말았고 나는 어제 누군가가 올린 책 후기를 통해 내가 그리 애타게 찾아 헤매던 그의 이름을 그 곳에서 찾게 되었다.
거센 비바람이 하루종일 내리더니 퇴근 무렵에는 더욱 싸나워졌지만 나는 그의 책을 대여하기 위해 동네 도서관을 혼이 나간 사람처럼 달려갔다.
그리고 그의 책을 몇 권 빌려 소중히 가방에 넣어 집에와서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소설이지만 134페이지 부담없는 분량.
소설 속에 담겨 있는 작가의 언어들을 음미했다.
현란하지 않은 그의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들....
그리고 반 권정도의 분량을 천천히 음미하다 산만한 내 성격 어디가지 못하고 음악이 듣고 싶어져서는 음악을 틀고 네이버의 공연전시 부분을 보다가 눈에 걸린 '영재보다 피아노 치는 박재홍'이란 제목의 기사.
그러다 그의 스승, 김대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끌린다. 역시..난...산만해...
그의 음악을 검색해서 한 시간여를 감상하고, 그의 인터뷰 내용들에 혼을 빼앗긴다.
연주하는 모습이든, 지휘하는 모습이든 완벽한 그의 모습.
어린 제자, 박재홍과 문지영의 연주모습도 구경한다. 잘한다.
그들의 연주모습은 기교보다는 그들의 몰입도에 더 시선과 마음이 간다. 그리고 연주가 이어질 수록 그들과 같이 호흡하며 찌릿찌릿 전율한다.
내가 가야할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40년이상의 시간을 살면서 어떤 연유에서였는지는 몰라도 그 어떤 다양한 예술의 주제로든 불이 금방 붙는 사람이 되어 있다.
연극이든, 글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나와 맞는 극점을 만나면 금방 불이 켜진다.
그 불은 참 밝고 현란하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부분의 경험치가 다양해지면서 더욱 호기심이 강해지며 활동성이 많아지게 되었다.
찾아가서라도 듣고 싶고, 자꾸만 찾아보고 전율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큰 돈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들과 만나고 공감하고 느낀다.
그렇다.
나는 그들처럼 전문적으로 글을 잘 쓰거나 음악을 잘 할 수 없다.
그저 끄적대는 수준이며, 그저 조금 노래를 하고, 공감하는 더듬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발달해 있다는 정도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참 감사하다.
다양한 더듬이가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무언가 어줍잖고, 어설프지만 그래서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긴 해도 그들의 비언어적인 표현의 감정을 조금은 받아 먹을 수 있음에....
굳이 내 자신이 초라하다거나, 내가 무언가를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은 없다.
그저 그들이 이미 노력해서 만들어 놓은 것들을 감사히 받아 먹으며 즐길 뿐이다.
(역시 난 천성이 게으른가 보다...ㅋㅋㅋ)
즐길 것들이 너무 많은 감사한 지금의 세상.
세상을 다 산 노인네 같은 소리라고 할지는 모르나 삶이 참 감사하다.
생이, 살아 있음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가진 것 없고, 평생을 일개미로 일만 하다 죽을까 싶어 매우 억울해하는 시점에서 허우적거리며 깊은 늪에서 코와 입만 겨우 내놓고 꼴딱거리며 숨이 붙어 있었던 2개월간의 긴 시간을 빠져나오는 느낌이다.
가진 것이 없이 늘 뺏기기만 하고, 늘 깔아주기만 하는 것같아 억울하여 울화가 치밀어 하루하루를 이를 갈며 지냈다.
생활의 궁극적인 문제가 해결되거나 상황이 바뀐 것은 없으나 나의 병세는 많이 호전되었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무엇이 좋아졌냐고 물어본다면 입만 뻐끔거릴 수 밖에 없지만 억울하기만 한 인생은 아니라는, 생각보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에 그 억울함이 녹아내리고 있다고 뜬구름 잡는 소리로 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김영하 작가가 그랬다.
질병으로 한 쪽 눈꺼풀만 깜빡거리게 되었을 때도 그 깜빡임으로 글을 썼고, 무시무시한 감옥에서 끝내는 죽을 거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글을 썼고, 그들의 글은 명작이 되었다고.
사람들은 글을 통해서 가장 기본적인 자유감을 맛보기에 글을 쓴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삶을 살아내면서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하고, 음악으로 표현하고, 자신이 가장 편하고, 잘할 수 있는,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결국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고, 생활이기에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결국은 삶이라는 뜻이라고 하면 너무 그들의 예술혼을 과소평가하는 것일까?
시간이 갈수록,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이 다양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마음에 커다란 울림으로 반응한다.
다양한 그들의 전파로 함께 푸를 수 있고, 붉어질 수 있다는 것, 함께 밝아지고, 함께 깊어질 수 있다는 것.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