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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Sep 08. 2020

한국은 왜 이리 이상한가요?

김누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니다 책 후기


이 책의 초판 일은 2020년 3월 6일이다.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정확히 책이 나온 지 3개월 뒤였다.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왜 우리 한국이란 나라는?

왜 한국사람은? '과 같은 질문을 매일 반복하며 지냈다.


그리고 책을 열었을 때 머리글의 제목이 '우린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였다.  그 내용 안에는 짐작했겠지만,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서슴없이 나오며 그가 원하는 것은 '인간을 존중하는 상식적인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가슴이 쿵쿵 울렸다.

쿵쿵대는 가슴을 진정하고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목차를 확인한다.
' 제1장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라는 제목을 시작으로 혁명과 주인의 권리, 억압을 거부한다는 소단락 제목까지 심상치 않은 책임을 짐작했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단주의, 군사주, 병영문화의 잔재가 아이들의 교실부터 사회 모든 곳에 만연해 있는 한국이지만 (p32)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가 운전을 할 때 백미러를 보는 이유와 같이, 뒤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잘 가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의 잘 알려진 강의 덕분에 '30-50 클럽'을 많은 사람들이 들어봄 직할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이상, 인구가 5천만 명 이상인 나라를 '30-50 클럽'이라고 한다.  이에 속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이다. 이 7개국 나라에서 스웨덴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1등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우리 국민의 힘을 보여 주었던 '촛불시위'가 큰 역할을 해 주었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촛불시위와 같은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의 괴리가 심각한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숙제라고 말한다.
즉, 정치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일상의 민주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한 작가는 1장에서 덧붙인다.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불의에 분노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이러한 심성을 내면화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독재의 야만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35p)

그 제도는 바로 교육이다.
교육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한 자아형성을 위해 죄의식 없는 성 개념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과 성을 악마 화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학교에서 성은 생명과 관계된 문제이고 동시에 인권과 관계된 민감한 영역'(p117)이라고 한 부분에서 나는 잠시 생각이 멈추었다.


 나는 1년 6개월 정도 잠시 휴직을 하면서 성강의를 수강했었고, 후일 성강사 자격증을 이수했다.  강사 자격증을 따기까지는 1년 정도의 conference참여와 그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올라오는 상담글에 대한 답글을 준비하는 것이 과제였다.  

한 사람의 상담글에 답을 해 주기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고된 과정이었다.  온라인으로 올라오는 다양한 한국의 성문제의 현실에 너무 어지럽고 마음이 힘들었다.  

어리고, 젊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교육이나 열린 토론 없이 혼자 고민하고, 혼자 힘들어하고, 죄의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무척 아팠다.

반면 그렇게 제대로 된 소통이나, 교육 없이 혼자 힘들었을 텐데 지금 보이는 젊은 층의 건강하고 밝은 모습은 얼마나 대견하면서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했다.

성 다음으로 경쟁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혁명이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지금은 아주 먼 이야기로 들리지만  네 가지를 대한민국에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대학입시, 대학 서열체제, 대학 등록금제 폐지, 특권학교 폐지이다.

작가의 말처럼 참 꿈같은 이야기이다.  기득권 세력이 얼마나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으려 할 것인지 너무나 불 보듯 뻔하지만 나 또한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이 그 무한 경쟁에 얼마나 좌절하고, 열등의식 속에 살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당연히 없어져야 할 것이다.

딸이 그린 그림이다.


학부모인 나는 올해 딸아이가 고3으로 일본 유학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부모로서 자식을 제대로 지원해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얼마나 무거웠던지 직장에서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겹쳐져 그만 정신질환까지 앓게 되어 지금도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왜 대한민국의 수많은 부모들이 투잡을 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생활이 되지 않아 깊은 좌절과 절망감, 그리고 죄의식에 지쳐 자살을 선택하고, 과로사하는지, 왜 우리가 이렇게 불행해야 하는지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열심히 사는데도 늘 불안하고, 미안하고, 불행해야 하는 삶을 얼마나 지속해야 하는지....

작가는 그 잘못을 결코 개인에게 돌리지 않는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우울한 아이들과 노동 기계 어른들의 자살이 제대로 된 제도와 정치의 부재를 그 이유로 꼽는다.  
 지속되고 있는 실업과 불평등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책의 절반 이상을 읽으면서 이렇게 서민의 일상으로 들어와 피고름 나는 가슴을 닦아 준 지식인이 있었나 의문이 들었다. 독서를 이렇게 들끓는 감정으로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독서후기 쓰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주관적인 감정이 섞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집중을 해야 할지 무척이나 난감했기 때문이다.
상황과 상태 모두가 좋지가 않아 두 달여나 지나서야 후기를 준비하게 되었다.

책의 나머지 부분은 고3인 딸과 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위에 말했던 딸의 유학 준비와 더불어 힘들어진 부모의 마음과 절망감, 그리고 왜 딸이 한국을 그렇게 싫어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공감의 이야기들....

우리가 이렇게 힘든데 우리의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아주는 교수가 있다고,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각자의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걸 우리 잘 못이 아니라고 하는 지식이 다 있더라고...

그리고 앞으로 어디를 가서도 제도에 순응하고 억울하다 생각만 하면서 살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고, 마땅히 받아야 할 도움을 어떤 부분에서 개인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깨닫고, 당당히 그 책임을 물을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자고 딸과 이야기했다.

작가인 김누리 교수는 후일 청와대의 국회의원들이 주마다 하는 회의에 참석하여 교육에 연관된 강연을 하게 된다.  위와 같은 깊은 책임 통감과 반성, 그리고 당연한 개혁을 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고 했다.
교수의 강연을 몇 편을 보았다.  교수는 중간중간 웃음의 포인트가 아닌, 오히려 난감하고, 아픈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한숨인지, 웃음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었다.  아마도 너무 기가 막히고, 말도 안 되는 한국의 현실에 가슴이 묵직하여 답답하였을 것이다.

그런 시대를 우리는 열등감과 죄의식을 가지고 어깨가 내려앉도록 무겁게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삶이 다 내 잘 못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해 주는 그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에 먼저 위로를 받고, 구체적인 사회의 변혁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 상황에 더욱 촉각을 세우고 제대로 된 시민으로서의 행동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보면서 가슴의 한을 풀어내는 살풀이 한 느낌의 책이었다.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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