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2주의 격리기간을 수긍할 수 없어 고성으로 시작해 욕으로 마무리하는 사림들의 부류, 같은 업무로 서로 협업해도 모자랄 판에 되려 비아냥거리는 직원부터 다양한 상황만큼 다양한 감정이 오르내린다.
주말에는 나의 밭으로 향한다.
샛노란 얼굴로 맞이해주는 나의 밭의 해바라기와 인사를 나누며 뙤약볕에 주저앉아 무성히 자라고 있는 잡초들의 끄덩이를 뜯으며 붉고 거무스름한 감정의 찌꺼기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누우면 몇 시간 동안 쏟아내던 격한 감정 폭발 후의 근육통과 몸살로 앓아눕는다.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의 전이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좀 더 최선을 다해 참았어야 했나, 한발 물러나 끌려가지 않도록 좀 더 차가워졌어야 했나 등등의 차가운 자기반성으로 이어진다.
50년의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인생사 옳고 그름의 판단이 오히려 삶의 길을 막아서는 일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무심해질 필요가 있다. 좀 더 차가워질 필요가 있다.
그저 힘들고,
그저 화가 나고,
그저 나한테만 세상이 불공평하게 대하는 듯
파르르 하게 될 때 그것은 나만의, 또는 그들만의 책임이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그렇다는 것일 뿐...
또한 나의 능력 없음을 사실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수긍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그들을 설득할 수 있고, 그들의 필요와 내가 가진 답의 온도차이를 감수하는 것이 내 일의 전부이다.
지치기는 그들도, 나도 마찬가지다. 단지 그들은 돼도, 나는 지쳐서는 안 된다는 그들의 기대감만 다를 뿐 우리 모두는 지쳐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