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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Jul 15. 2021

호흡이 낯설다

인간은 사색하는 상태에서만  자기 자신의 밖으로 나와서 사물들의 세계 속에 침잠할 수 있는 것이다.
-한병철의 피로사회 중 발췌-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요가와 명상을 접하고 매우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이후로 가끔씩 혼자 명상을 했었다.  명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주변에 넘쳐나는 관계들이 소음으로 다가올 때가 잦았고 갱년기에 접어든 지금의  내게 명상은 친구처럼 일상이 되어도 참 좋을 듯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읽고 있는 책에서  사색에 대한  위와 같은  멋들어진 표현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어제도 하루 종일 과도한 업무 속에 영혼을 빼앗기고 퇴근하여 실신하 듯 쓰러져 잠이 든 후 이른 새벽 눈을 떴다.

누워서 복식호흡을 시작하며 오랜만에 요가와 명상을 해 보고 싶어 매트를 폈다.

스트레칭을 하고 가부좌를 하고 앉아  천천히 호흡을 한다.


간단하다  생각했던 호흡이 어쩜... 이리도... 부자연스럽고.. 불편한지...

자주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싶어 매트를 정리하고  씻고 출근 준비를 했다.


지나치는 풍경들 속에 사람들의 잔뜩 찡그리거나  무표정한 얼굴들 스친다.


자극적인 음식들로 허기를 면하고, 자극적인 즐거움에 눈과 마음을 담그고 사는 지금의 나와 사람들의 삶에 진정한 휴식과 위로는 어디로 갔을까?


너무 빠르고, 너무 바쁘다.


자신을 지키고, 소진되지 않으려면 각자에게 맞는 감속장치나 제동장치가 절실한 시대는 생각이 든다. 이런 필요조차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속도감에 적응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각과 스스로를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

그래서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흐르고 있고 어떻게 흘러가야 옳을지를 생각하고 수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도 내지 못한 채 그저 지금을 흘려보내는 삶은  으로 궁핍한 삶 연명하 듯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울컥울컥 올라오곤 한다.


미래가 없고 연명하는 삶은  두렵고, 불안하다.

그래서 더 미래를 직시하기 어렵고, 허겁지겁 지금의 높은 파도를 넘는 것으로도 충분히 버겁고, 힘겹다.


희망적이지 않은 미래를 알면서도  지금을  살아내는 것은  그래서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거대한 쓰나미 앞에서 깔딱깔딱 과호흡으로  쓰러지지 않기 위한 심호흡  중의 하나가  명상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출처-네이버 검색]

천천히 숨 고르기를 하면서 높은 파도와 함께  넘실넘실 살아가다 보면 파도에 잠식당하지 않고 수면 위의 햇볕과 바람도 만나면서 지금을 즐기면서 살아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아직 미래는 오지 않았고 지금을 용기 있게 살아낼 수 있는 각자의 사색과 명상이 필요하다.  두려움과 불안감을 편안히 마주하고 지금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 답의 시작은 다양하다. 나처럼 명상이나 요가로 시작해 철학이나 종교 등으로 옮아갈 수도 있겠다. 무엇이 되었든지 우리에게는 일상의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인생의 답은 쉽게 찾을 수 없을지도, 아니면 모른 채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으로 그 답을 다양한 방법으로 천천히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인생의 의미이지 않을까?


천천히 터벅터벅 용기 있게 지금을, 오늘을 살아내자.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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