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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Sep 09. 2022

나의 쓸모

역사의 쓸모(김태성) 책 리뷰

이 책의 저자, 최태성이라는 이름은 방송이나 유튜브 영상에서 본 적이 있으나 그의 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저 이름 있는 방송인 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 그 어떤 사전 지식도 없이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뚜껑을 열기 전 '역사의 쓸모'라는 제목에서부터 역사가 지금 현실에서 어떤 소용이 있기에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되었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제목에서와 같이 머리글에서 지금을 살아가면서 역사의 한 사건을 접할 때 세부적인 지식보다 그 사건을 접했을 때의 감정을 잊지 말라는 당부를 한다.   개인의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게 될 때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그것이 곧 '역사의 쓸모'라고 말한다.  과연 흘러 간 역사와 지금을 사는 시간적인 거리감을 저자가 어떻게 뛰어넘게 해 줄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해하며 1장을 펼쳤다.


작가는 그저 단순히 암기만 하던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잊고 역사적 인물을 현실로 데려와 그 역사적 사건을 왜 하게 되었는지, 그 선택에 후회는 없는지, 그의 꿈은 무엇인지 물어보도록 권한다.  다시 말해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공부'이며 역사를 삶에서 활용해 주길 바라는 저자의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1장에서 만나야 할 인물로는,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했던 농민군을 다룬다. 국력이 땅에 떨어져 자국의 힘으로는 농민군을 진압할 수 없었던 조정은 청군과 일본군을 끌어들였다.  이 소식을 들은 농민군은 외세에 휘둘릴 조정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자진해서 해산했다.  그러나 막상 조선에 발을 들여놓은 일본군은 경복궁을 점령하고 청군과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자 농민군은 일본군과 전투를 위해 다시 집결하고 총칼은커녕 죽창 하나만 들고 전쟁에 나선다.  그 당시의 정황을 작가는 이렇게 정리한다.


농민군은 옷 속에 부적을 붙였다고 해요.  그 부적을 붙이면 총알이 피해 간다고 믿었대요.  정말로 그렇게 믿었을까요?  아니요. 당연히 믿지 않았을 거예요.  너무 무서우니까, 무서워서 한 발짝도 떼기도 힘드니까 붙였던 거예요.  (중략)


이 아무개들은 용감하게 싸운 게 아니에요.  두려워하면서 싸웠어요.  

                                                                           -47p 발췌-   


이기기는커녕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는 무모한 싸움을 선택할 수 있었던 그들의 허황된 이상.  커다란 두려움을 안고서 벌벌 떨면서 죽음 속으로 뛰어들었던 농민군들.  먼 과거의 그들의 피를 딛고 지금 내가 여기에 서 있는 것이라는 진실 앞에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너무도 고마워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저자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역사를 가르치는 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평생 노력하며 살겠다는 꿈을 27살에 처음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르게는 초등학생부터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이미 정해놓고 열심히 그 꿈을 향해 노력하는 요즘에  27살이라는 나이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다소 많은 나이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로 평생의 꿈을 찾는 일이 무척이나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그는 일반인들이 역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무료로 온라인 강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을 불러주는 곳에는 언제나 기꺼운 마음으로, 신명 나게 역사강의에 임한다고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또한 무작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와 관련하여 작지 않은 울림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또 소개할 역사 인물로 독립운동가, '이회영'을 소개한다.  이회영이란 인물은 대대로 문벌이 높은 가문에 부와 권력이 엄청난 사람이었다.  나라가 망하고 난 뒤 거취를 만주로 정한다.  이후, 독립운동을 도모하기 위해 600억이 넘는 돈을 마련해 만주로 건너가 집과 학교를 짓고, 독립투사를 양성하고 지원했다고 한다.  그 어마어마한 돈도 3년 만에 바닥이 나고 온 가족이 굶주림을 강냉이죽으로 달래 가며 살았다고 한다.

(사진출처;네이버 검색)

이후 이회영은 예순여섯의 나이에 상하이에서 붙잡혀 모진 고문으로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여섯 형제가 모두 독립투사였으며 형제 중 5명은 광복을 보지 못하고 모두 사망했다고 한다.  형제 모두가 유복한 가문에 태어나 큰 대의를 품고 굶주림과 수없이 투옥되어 모진 고문을 견딘 이유가 대한독립과 나라가 바로 서기를 바라는 희망이었다. 그들처럼 숭고한 희망과 희생까지는 아니어도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어떤 꿈이 필요할지 생각해 보게 하였다.


저자는 그 답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 둘째,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 셋째 열등감과 불행감을 해소하여 국민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은 젊다고 할 수 있는 50대이지만 이회영과 다섯 형제가 그들의 살아온 삶과 죽음으로 우리에게 그들의 꿈을 이야기해 주었 듯,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어떤 꿈을 보여 주고, 이야기해 주어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정약용이 자신의 아들에게 당부했던 말을 소개한다.


정약용은 18년간 귀양살이를 했고,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18년을 보낸 뒤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때로는 비참하고 암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폐족이 되었음을 한탄 하 거자 힘든 세월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읽고 쓰는 일을 꾸준히 해나갔습니다.  그의 여생은 평화로워 보일지 모르나 어쩌면 삶의 마지막 투쟁이었을 겁니다.  역사를 알았기에 고난을 버티며 투쟁해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78p 발췌-


거창한 그 어떤 인물이 될 리는 만무한 나는 어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이 글이 답이 되었다.  시대의 흐름에 눈과 귀를 열고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나의 아이들과 주변에 관심 가지기.  그리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함께 하기.  그것이 가치로운 일이며 나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다면 내 삶의 기한이 언제이든 그리 원통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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