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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Aug 05. 2022

길을 잃었지만 길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명상 1년 경력자의 후기

긍정 에너지를 뿜어대는  사람들, 무한 긍정이 주제인 책나 모임, 집단에 대해 소름 돋을 정도의 심한 거부감이 나는  "감사합니다"를 습관적으로 말하는 명상 선생님의 말이 너무 거슬렸다.  

명상시간 내내 추임새럼 나오는 감사의 말이 도대체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 알 수도 없거니와  그 말이 나올 때마다 나의 마음속에서는 피아노 건반의 높은 '도' 건반이 쉴 새 없이 두드려지는 느낌이었다.

출처;영화 '인사이드 아웃' 중 네이버 검색

그 많은 짜증을 감내하면서도 나는 명상수업을 힘겹게 매일매일 참여했다. 명상수업의 내용은 이렇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살아 낸 삶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좋고 싫은 모든 기억을 버린다.  


나는 명상하는 내내 좋은 기억보다는 부정적이고 나쁜 기억이 연속적으로 떠올랐 올라오는 두려움, 혐오감, 증오의 감정을 오십 평생 처음 마주했다.  그것은 너무 괴롭고, 힘든 일이었다.  다양하게 올라오는 감정으로 조용히 감은 눈과 흔들림 없는 자세와 내면은 극명한 온도차가 있었다. 이런 불편한 감정을 반복적으로 드러내면서  오랜 기간  기억과 연관된 기운들을 토해 내었다. 


거북한 음식물들이 밀고 올라온다면 토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반복되어 올라오는 감정들을 쏟아내어도 괜찮다고 내 자신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토해내는 감정이 더 이상 나를 찔러대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은 진정되어 갔다.  


출처;네이버 검색

이후  내게는 작고 소소  변화들이 이어졌다. 그 변화를 잠깐 소개하자면, 며칠 전부터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우리 집 고양이, 냥양이가 배가 고프다며 이른 아침 고막 테러를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의 나라면 너무 짜증스러웠겠지만 고양이의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메시지로 들려 너무 반갑고, 고마워 웃음으로  아침인사를 했다.  


그리고 지난밤에는 정신과에서 처방해 준 안정제를 먹지 않고 잤다.   얼마만의 깊은 숙면인지..... 침대 정리를 하고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를 하고, 바닥을 걸레질한다.  모든 일에 책임과 의무감으로 억지스럽게 치러내는 일상이 기쁠 리 없었던, 과거의 나를 새롭게 자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던져지는 소음과 부주의한 몸놀림으로 주방에서 자주 다쳤고, 집안일은 내게 무척 부담스러워 짜증이 폭발했다.  그랬던 내게 차분히 차근차근 집안 정리를 해 나갈 수 있는 일상은 무척이나 낯선 것이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옅어지고, 지나온 과거의 감정과 편하게 마주하게 되면서 마음은 여유로워졌고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짜증이 사라지고, 평화로운  일상의 소일거를 할 수 있게 된 지금의 내가 무척이나 만족스럽고 감사다.


가만가만히 1년 남짓 우여곡절을 겪으며 명상하던 나를 돌아본다.

지금의 나의 상태를 꼬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오랫동안 과거의 힘든 기억들을 용기 내어 마주하고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마음을 들어주고, 안아주고, 다독여 주었던, 자기와의 화해가 지금의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이 될 수 있었던 열쇠가 되었던 것 같다.   오랜 시간 버티고 버틴 자신을 더욱 비난하고, 구박해 왔던 나를 깨달으면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나에게 진심으로 오랫동안 사과를 했고, 우리는 50년 만에 화해를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살아온 삶은  인생의 과정일 뿐  자신이 아니라는 깨달음이다.   즉, 그 길은 지나온 내 인생의  과정일 뿐  나  자신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는 그 길과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이다.  과거의 기억에서 나를 발견하고, 가 나아가야 할 또 다른 길을 발견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힘든 과거의 기억 속에서 내 자신을 건져 올렸다.  처해진 상황으로 매몰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반복적인 절망의 일상을 고집스럽게 걸어 나간, 인내심 강한 그런 존재 나였던 것이다. 이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진실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완전히 어둡고, 부정의 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저 휘적휘적, 더듬더듬 길을 찾다가 긴 터널 끝 한 줄기 빛을 발견했을 뿐이다.  이제 그 빛 쪽으로 기었던 무릎을 털고 일어나  천천히 걸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터널 밖은 코스모스 흔들리는 가을 길일 수도 있고, 그저 평범한 흙길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그림 또한 내가 그려나가는 것이다.  

꽃길을 원한다면 작은 꽃씨들을 뿌리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니.. 어쩌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돌부리들을 먼저 걷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고,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그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지금 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까지 써왔던 많은 글처럼 인생을 버티고, 견뎌내야 했고 지금도 힘겹고 아슬아슬하게 버티기만 했던 나 같은 사람들에게 분명 산들바람이 부는 가을 언덕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그곳에 이르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기에 그 방법에 대해서는 각자가 길을 물어 찾아가기로 하되, 분명 우리가 바라는 쉼과 평화의 언덕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서이다.  그 시작을 나는 지금에서야 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그 어둡고, 고통스러운 지금의 당신은 길을 잃은 조난자가 아니다.  분명 벗어날 방법은 있으며, 꽃길이 존재한다.  단지 그 길을 찾으려고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그리고 그 진창 같은 늪이 당신 잘못도 아니고, 곧 당신 자신도 아니라는 사실 또한 꼭 마음에 담아야 두어야 하는 진실이다.


 언젠가는 그 길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낼 것이고, 당신이 벗어나길 원하는 진심의 친구가 분명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그 시작을 지금 이 시점부터 해 보기를.... 용기 내 보기를 나 자신과 당신을 응원해 본다.

사진출처;마이 씨스털,Sunn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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