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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Nov 30. 2022

맨 몸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처럼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파스칼 브뤼크네르 저) 리뷰 2


올해 50세가 된 나는 40대 후반부터 많은 변화를 겪었다.  몇 년에 걸친 마음속의 많은 갈등과 주변 환경의 변화로 하루하루의 삶을 어려운 숙제처럼 고심하며 지냈다.  물론 지금도 완벽한 해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허둥대지는 않게 되었다.  


최근에 오랜만에 한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친구는 내가 겪었던 상황과 비슷한 시점에 와 있었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그 또한 많이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노라고 말했다.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 속에서 밤마다 파티를 열 듯 시끌벅적하던 삶에서 갑자기 혼자 남겨졌다는 것이다.  그 시간이 너무 불편하고, 불안해서 자신이 무엇을 잘 못 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무서운 정적이 흐르는 이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제 그래야 할 시점이 와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가 더 이상 그런 분주한 시간과 만남을 즐길만한 체력적인 능력과 재정적인 상황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친구는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나는 나의 삶은 내가 선택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사계절의 변화처럼 계절이 왔다가 사라지 듯, 우리의 인생에도 내가 붙잡을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계절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이제는 주변의 소음을 물리고 '나'의 소리를 듣고, '나'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어쩌면 그 시간이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하나의 흐름이다.  그 흐름을 타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 시간의 흐름으로 찾아온 계절을 무를 수도, 역행할 수도 없다.  계절이라는 당연한 시간 앞에 나는 그 계절에 맞는 옷을 갈아입고, 주변을 정리하고, 준비해야 한다.  나는 언제나 같은 계절에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계절의 변화가 순식간에 찾아 오든, 서서히 석양이 물들 듯 찾아 오든 내가 그 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때 쨍한 햇볕과 젊음이 폭발하는 여름이라는 계절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며칠 전의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내린 뒤 겨울이 성큼 한 발 더 다가옴을 느낀다.  생명 가득한 봄으로 가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것 이외에는 모든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순환시켜야 하는 겨울이 온 것이다.  

나의 인생에도, 친구의 인생의 계절에도 서서히 늦가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위해 살아내야 하는 또 다른 인생의 맛이자, 기회인 것이다.


계절의 변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탄할 수 있는 여유로움은 그 변화를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적응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 변화의 흐름 속에 여전히 나는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기쁨 또한 덤의 선물로 받게 되리라.




삶은 언제나 현재의 문 앞에 떠밀려 있는 상태로만 시간 속에 정주한다.  우리는 시간 속에 머물되 고정 거주지는 없는 노숙자들이다.   -29쪽-


진짜 삶은 '지금 여기'에 있다.  아무리 바쁘고 제약과 장애물이 많아도 진짜 삶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  -49쪽-


죽음은 부수적인 것을 버리고 본질만 남기는 정화의 과정이다.  -250쪽-


완치의 희망이 없더라도 파국을 하루라도 미루려면 건강을 돌보아야 한다.  끝이 두렵기에 우리의 하루하루는 더 환하다.  -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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