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켜주지도 않겠지만
종로통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임원이 되면 큰 부를 얻을 수 있겠지만, 회사에서의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Maximum Effort) 해야겠지? 나는 그게 과연 좋은가?
박수필 선생은 일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은 무엇이든 결과로 이어졌고, 성과가 좋던 나쁘던 간에 박 선생과 함께 일했던 동료가 비판적으로 반응하지도 않고, 다음번 일 할 때에도 안심할 수 있는 캐릭터다. 자랑처럼 들리지만 사실이 그렇다.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특정 시즌 (예를 들면 2018~9 시즌)은 덜 성숙한 직장인의 자아로 인해 거칠었다. 보스와 관계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주니어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각을 세우는 면도 생긴다. 그러다가 교훈을 습득하고 이내 본인의 포지션을 결정한다.(이 일은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주니어가 주관을 가지고 이야기 할 때, 각종 이야기로 안된다고 하면, 화난 주니어를 만날 수 있다.
갑자기 웬 임원이냐고? 임원이 된 선배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팀장. 그리고 시니어들을 복기해본다. 그들은 멋졌나? 배울 점이 많았나? 사실 잘 모르겠다. 아마도 돌아이는 평균으로 수렴한다(회귀)는 자연계의 법칙과도 같을 것이다.
임원은 왜 멋진 사람이 드물까? 임원은 회사에서의 정점을 뜻하지만, 곧 기울 사람이기도 하다. 매시 위기라 여유있는 선택을 할 수 없고, 선택의 시야는 좁아지고, 악수를 거듭한다.특히나 그 임원의 노후를 임원이라는 것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 특히 멋지지 못하게 다음 해 계약을 위해 살게 된다. 대부분이 이렇다.
본인이 잘 살고, 아니더라도 운 좋게 빠르게 깨우치는 몇몇은 훈련의 결과로 멋진 임원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임원 이전부터 멋진 경험들을 쌓아 왔을 것이다. 당연히 배울 점 많은 멋진 임원도 있다.
임원이 되는 것, 아니면 리더가 되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지만, 내가 그것에 적합한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중간 결론에 이르렀는데, 그것은 '선택권'이다. 선택권이라는 것은, 대안이 여러가지가 있고 내가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고른다는 것은 고르는 선택권이 아래에 있고, 고르는 사람이 위에 있는 지위 격차를 포함한다. 즉, 선택권이 있는 사람은 선택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임원이 되는 것, 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는 '임원으로 선택당하기'보다는 주체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생활이 아닌 삶에서 그 영역을 공고히 다져주고, 혹시라도 선택을 강요당할 때에 "아, 저는 임원이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자신감을 가진 단단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받쳐 주어야 하는 것이 "선택권을 가지는 비용"인데, 그것을 하려면 박선생의 회사 생활은 더더욱 시간 안에 마무리하거나,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