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깃든 빨간색 운동화

너와 함께 한 사소한 시간이 소중했어

by 수리

아침에 일어나 입을 옷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신발을 신고 집 밖으로 나선다. 어떤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지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정해진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에어컨 바람을 그대로 맞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더위를 참을 수 있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옷장에는 환절기 시기에 입을 수 있는 가디건부터 한여름에 입을 수 있는 가디건까지 색색깔의 가디건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발도 마찬가지. 조그만 아이템이지만 컬러 하나만으로 전체적인 코디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고 뒤꿈치가 익숙해질 때까지 길들여놓은 것이 아까워 색색깔의 스니커즈가 생기기도 했다. 그중 하나, 빨간색 패브릭 운동화. 무채색 스니커즈를 즐겨 신는 편인 내가 내 돈으로 직접 구입했던 첫 번째 빨간 운동화. 초여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손이 가는 스니커즈. 간단하게 청바지를 입어도 깔끔하게 포인트를 줄 수 있고, 코디를 한 껏 더 귀엽게 보일 수 있어 생각보다 손이 자주 가는 아이템이었다.


그런 신발이 점점 수명을 다 해가는 건지 신을 때마다 발 뒤꿈치 쪽에 상처를 내곤 한다. 원래 처음 신었을 때 생겼어야 할 상처가 헤어질 때 생기는 것은 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제 그만 헤어져야 나도 새로운 신발을 살 수 있을 텐데 조금만 더 신어도 되지 않을까, 신다 보면 뒤꿈치 상처가 더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쉽게 손을 놓아주기가 어렵다. 아니면 이 빨간 운동화를 신고 다녔던 장소에 대한 추억 때문일까, 이 운동화에 어울리는 옷들에 미련이 남기 때문일까. 어쩌면 빨간 운동화에 남은 나의 사소한 추억들이 아쉬워서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아이템에 추억을 부여하는 이 성격이 신혼집을 정리할 때 신랑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놓아줘야 새로운 걸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추억을 남겨주고 보내야겠다. 오늘은 빨간 스니커즈에 대한 추억을 남겨놓고 조만간 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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