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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Sep 20. 2020

신혼부부 : 두 사람의 문명 충돌

스위첸 광고 ‘문명의 충돌’은 찐이다.

 최근 ‘문명의 충돌’이라는 광고를 자주 봤다. 처음 봤을 땐 ‘뭐야 저거 스위첸 광고야?’하고 지나갔는데 세 번째 봤을 때쯤, 공감하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거 우리 얘기 아니야?”라고 신랑에게 말하면서 그 광고를 볼 때마다 웃게 되는데 나도 생각나는 게 있다.

‘2020 TVCF KCC 스위첸 문명의 충돌’ 중

 나와 신랑은 둘 다 결혼 직전까지 자취 또는 하숙을 해본 적 없는 전형적인 캥거루족이었다. 가족과 함께 살았고, 엄마는 전형적인 주부였다. (전업 주부라는 단어를 너무 싫어하지만 이럴 땐 그 단어만큼 어울리는 게 없다. 너무 속상하다.) 그래서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에서는~.’이라는 말로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필하곤 했다. 예를 들면 반찬을 꺼내거나 넣을 땐 젓가락 뒤쪽을 이용한다거나, 설거지할 때는 수세미를 두 종류 사용한다는 점. 둘 다 해본 살림이 없는데도 각자 보며 자라온 것이 있어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타협점을 보곤 했다.

‘2020 TVCF KCC 스위첸 문명의 충돌’ 중

 스위첸 광고 ‘문명의 충돌’이라는 제목이 신혼부부에게 아주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 30년 넘게 원치 않아도 따라야만 하는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살다가, 이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라이프스타일을 다시 맞춰 가야 하는 30대를 잘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거야말로 문명의 충돌일 수밖에. 드라이기로 어딜 말리는 거야? 아무거나 입어, 똑같아! 맥주엔 치킨이냐 고기냐를 두고 싸우는 부부, 결국 탕수육 부먹과 찍먹의 대립이나 다름없지.

‘2020 TVCF KCC 스위첸 문명의 충돌’ 중

 서로에게 잔소리를 할 것이냐, 서로를 설득할 것이냐가 나에게는 가장 큰 관건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깨달은 첫 번째 방법. 서로가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하게 되면 상대방의 부탁을 신경 쓰고 조금은 조심하게 된다. 그 예가 위와 같다. 두 번째, 내가 안 할 거면 잔소리를 말자. 어차피 나도 안 치우는데 상대방에게만 잔소리하는 건 이기적인 거다. 내가 옷을 마구 널어놨는데 신랑 보고 바지 아무 데나 벗지 마.라고 하면 듣겠냔 말이다. 두 가지를 실행해도 안될 것 같다면 미안하지만 그 부부는 본인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거나 누구 하나는 희생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2020 TVCF KCC 스위첸 문명의 충돌’ 중

 광고라는 게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 스위첸 광고는 정말 공감 가는 광고였다. 특히 제발 나가자고 바짓가랑이 당기는 아내와 제발 집에 있자는 남편의 장면은 마치 우리 둘 같아서 한참 웃었다. 30초 안에 신혼부부가 겪을 수 있는 이야길 저렇게 녹이다니. 아마도 광고 기획자 중에 신혼부부가 둘셋은 있었나, 아마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너무나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이 나온 건 당사자가 있기 때문일 수밖에.


KCC 스위첸 2020 TVCF 문명의 충돌

https://youtu.be/B0wcoNbqi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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