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첸 광고 ‘문명의 충돌’은 찐이다.
최근 ‘문명의 충돌’이라는 광고를 자주 봤다. 처음 봤을 땐 ‘뭐야 저거 스위첸 광고야?’하고 지나갔는데 세 번째 봤을 때쯤, 공감하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거 우리 얘기 아니야?”라고 신랑에게 말하면서 그 광고를 볼 때마다 웃게 되는데 나도 생각나는 게 있다.
나와 신랑은 둘 다 결혼 직전까지 자취 또는 하숙을 해본 적 없는 전형적인 캥거루족이었다. 가족과 함께 살았고, 엄마는 전형적인 주부였다. (전업 주부라는 단어를 너무 싫어하지만 이럴 땐 그 단어만큼 어울리는 게 없다. 너무 속상하다.) 그래서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에서는~.’이라는 말로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필하곤 했다. 예를 들면 반찬을 꺼내거나 넣을 땐 젓가락 뒤쪽을 이용한다거나, 설거지할 때는 수세미를 두 종류 사용한다는 점. 둘 다 해본 살림이 없는데도 각자 보며 자라온 것이 있어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타협점을 보곤 했다.
스위첸 광고 ‘문명의 충돌’이라는 제목이 신혼부부에게 아주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 30년 넘게 원치 않아도 따라야만 하는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살다가, 이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라이프스타일을 다시 맞춰 가야 하는 30대를 잘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거야말로 문명의 충돌일 수밖에. 드라이기로 어딜 말리는 거야? 아무거나 입어, 똑같아! 맥주엔 치킨이냐 고기냐를 두고 싸우는 부부, 결국 탕수육 부먹과 찍먹의 대립이나 다름없지.
서로에게 잔소리를 할 것이냐, 서로를 설득할 것이냐가 나에게는 가장 큰 관건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깨달은 첫 번째 방법. 서로가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하게 되면 상대방의 부탁을 신경 쓰고 조금은 조심하게 된다. 그 예가 위와 같다. 두 번째, 내가 안 할 거면 잔소리를 말자. 어차피 나도 안 치우는데 상대방에게만 잔소리하는 건 이기적인 거다. 내가 옷을 마구 널어놨는데 신랑 보고 바지 아무 데나 벗지 마.라고 하면 듣겠냔 말이다. 두 가지를 실행해도 안될 것 같다면 미안하지만 그 부부는 본인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거나 누구 하나는 희생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광고라는 게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 스위첸 광고는 정말 공감 가는 광고였다. 특히 제발 나가자고 바짓가랑이 당기는 아내와 제발 집에 있자는 남편의 장면은 마치 우리 둘 같아서 한참 웃었다. 30초 안에 신혼부부가 겪을 수 있는 이야길 저렇게 녹이다니. 아마도 광고 기획자 중에 신혼부부가 둘셋은 있었나, 아마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너무나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이 나온 건 당사자가 있기 때문일 수밖에.
KCC 스위첸 2020 TVCF 문명의 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