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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Sep 06. 2018

그 해 여름, 대만에서 있었던 일

3편. 처음 뵙겠습니다!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당연하죠! 라고 외치고 단수이 가는 시간과 관광지 클로징 시간을 보고 나니 심장이 두근두근. “전 오늘 단수이 보고 오려구요!” “생각보다 오래 안걸리던데요?” 라고 자신있게 얘기했는데 동먼역에서 단수이까지 1시간 10분, 홍마오청까지 15분, 도착하면 홍마오청만 겨우 보고 나올 느낌적인 느낌.


넷째날 나와 일정을 함께 해주신 분은 그 전날 호텔을 같이 묵었던 지인이 소개해주신 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라는 소개는 이미 온라인으로 끝났고 같이 점심만 먹은 사이였다. 그러다가 최애 없는 대만 무의미해!!!!!! 라며 아침에 같이 광광 울다가 딘타이펑에서 샤오롱바오 드시려고 기다리는 중이라는 이야길 듣고 내가 그 쪽으로 가겠다며 24시간만에 다시 급만난 사이였던 것이다.

같이 딘타이펑에서 샤오롱바오를 먹으며 한국에서도 우육면 먹으러 딘타이펑 간다며 공통점을 찾았고, 같이 망고 빙수까지 먹고 나서 조심스레 단수이에 같이 가도 될지 여쭤보셨다.


사실 나는 정말 아무 상관이 없었던 게 알아본 게 진짜 1도 없어서 블로거의 후기에 의존하여 돌아보고 올 생각이었다. 홍마오청만이라도 돌아보면 됐다! 하려고 했는데 이왕 가는 거 80TWD로 소백궁이랑 고택까지 봐야지~! 했더니 시간이 애매하다....... 멀긴 멀었던 게지 단수이까지.


큰 소리 떵떵치며 별로 안 걸리던데요? 를 남발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열차가 단수이까지 안가고 중간에 멈춤^^.. 내가 가자고 한 건 아닌데 그래도 괜히 죄송하고, 이 분의 가방은 왜케 무거워 보이는 거에요...? 저의 마음이 그만큼 무거워지잖아요..

이 분이 없었다면 대만 여행에 내 사진 없을 뻔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는 홍마오청부터 진리대학, 담강중학교 정문, 그리고 소백궁까지 알차게 봤다. 5시까지인 줄 알고 씩씩하게 소백궁까지 걸어갔는데 구글맵에서 갑자기 휴무 떠있어서 1차 당황, 다 도착해서 안에 봤는데 사람이 있어서 2차 당황.

다행히 3-4분만에 소백궁 사진까지 모두 찍고 클리어했다. 고택은 못 갔지만 괜찮아, 이 정도면 됐다 하는 마음에 이 다음은 어딜가지, 하고 고민하다가 일몰이 아름답다는 단수이 스타벅스로 향했다.


하지만 야속하기도 하지, 스타벅스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오늘 하루 비가 안왔다 했어. 4박 5일 중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렸던 비가 이 타이밍엔 조금 야속했다. 일몰까지만 보여주고 와도 됐잖아 비야...?

단수이 스타벅스에 나란히 앉아 일몰을 기다리며 이실직고했다.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괜히 따라오신 거 아니에요? (흑흑) 그랬더니 아니라고! 여기 안왔으면 뭐 했을지 모르겠다고 하셨던 동행분.


알고보니 말수는 적으신데 친해지고 나면 즐거운 분이었달까. 사실 나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서 처음만 어렵지- 다음엔 내적친밀 뿜뿜해서 친한 척 하는 앤데, 단수이에서 고생만 시킨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가방은 왜 그렇게 무거워보이시는 거에요? 라고 물으니 메인 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관광책 두 권을 꺼내 보여주신다. 이러니까 가방이 무겁죠! 라고 둘이 히히 거리고 웃다가 책을 펼쳐 내일 용산사 가면 꼭 이대로 소원을 빌고 오라며 알려주셨다. 따스하신 분..

정말 덕분에 다음 날 용산사 가서 소원도 빌고 대길운도 뽑았다. 앞으로 만날 날이 더 많을 것 같아 기대되는 분을 만났던 대만 여행.


여행을 사람과 그 순간 공기로 기억하는 나 자신에게 이번 대만은 정말 사람과 음식으로 남았다. 그 순간 함께 했던 사람들과 별 얘기 아닌데 즐거웠던 이야기들, 어떤 여행지 어떤 맛집에서도 만나는 팬들, 그리고 순간의 감정들이 한 데 모여 여행의 추억을 만들었던 대만. 그 해 여름, 대만은 더웠지만 나에겐 나름대로 싱그럽게 기억될 것이다.


1편 https://brunch.co.kr/@parksuriii/38

2편 https://brunch.co.kr/@parksuriii/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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