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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n 20. 2019

너를 만난 건 내 인생의 위로야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네 맘을 훔칠 사람 나야 나

솔직히 처음에 들었을 때는 무슨 저런 걸 노래라고 갖고 나와서 누나들 마음을 훔치겠다고 하나, 코웃음을 쳤다. 그 땐 몰랐지, 일 년 반 뒤에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울 줄은. 그래서 뭐야, 그래서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라고? 그럼 누구한테 투표할지나 볼까?

처음에는 윙크남이 검색어 1위를 차지할 만큼 모든 누나의 사랑을 독차지한 멤버도 있었고, 끼쟁이로 첫 번째 무대에서 센터를 차지한 멤버도 있었다. 여자 멤버 때만큼 이슈 몰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마케팅 목적으로 보기 시작한 프로듀스 101 시즌2였는데... 핑계 대지 말라고 하겠지만 사실이다. 믿어주세요..

처음 1차 경연에는 하루 11개의 투표권이 생긴다. (당시는 티몬에서 추가로 한 번 더 투표할 수 있었다) 그렇게 투표하고 나면 무대를 본 관객들의 투표 수와 합산하여 2차 경연으로 넘어갈 멤버들이 정해진다. 그렇게 그룹 평가, 포지션 평가, 신곡 평가, 총 3번의 경연이 끝나면 마지막 파이널 무대에서 데뷔 멤버를 정하게 된다. (이제 와서 이걸 써봤자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그래서 언제 제대로 입덕 했냐고?

내 입덕 영상은 <국민의 아들 - Never> 개인 직캠이었다. 매 경연마다 멤버의 직캠이 뜨는데 나는 당시 라이트 팬으로 입덕 부정기를 겪고 있었다. (입덕 부정기 : 이미 덕후면서 난 덕후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시기) 매 경연마다 픽이 달라질 때였으니까. 그러던 중 어떤 영상을 보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방송 본방과 직캠에서 조금 다른 부분이 보였다.

지금 직접 멜빵을 푸른거야?


분명 멜빵을 풀었다. 왜지? 찾아보니 직캠 영상을 찍기 위해 멤버들은 무대를 추가로 하는데 본 무대와 직캠 영상이 달라 보이지 않기 위해 멜빵을 자기 손으로 직접 풀렀다는 거다. 그랬다. 나는 그 날부터 옹성우라는 원픽이 생겼다. 이런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나는 기꺼이 너를 데뷔시키고 말겠다는 마인드로 열심히 직캠 스밍을 돌리고, 회사에서는 팀장님의 휴대폰, 선배 휴대폰, 카톡방에선 친구들에게 누구라 할 거 없이 매일 옹성우를 투표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데뷔가 확정된 날부터 주위 친구들에게 소문난 옹성우 덕후로 1년 반이라는 워너원 계약 기간 동안 후회 없는 덕질을 했다. 누군가에겐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인생 구원자나 다름없는 덕질이었다. 오랜 불면증을 고쳐줬고, 하루하루 사소한 떡밥으로도 울고 웃고, 덕질을 시작하고 행복했던 순간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난생처음 해보는 것들 천지였다. 새벽 택시를 타고 공개방송도 가보고, 콘서트 4일 내내 가고, 최애 생일에 해외에서 콘서트 한다고 오직 콘서트를 위한 여행도 가봤고, 팬사인회 가겠다고 미친 소비(..)도 해보고, 최애 생일이라고 카페 빌려 컵홀더 이벤트도 했다. 뭐 덕후로써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 같다. (하지만 멤버에게 해가 되는 일이나 불법을 저지른 적은 절대 한 적 없다. 맹세코)


그래서 말인데, 너를 만난 건 내 인생의 위로라는 얘길 하고 싶었어.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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