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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Dec 25. 2018

2018년을 보내며 쓰는 일기

키워드는 퇴사

2019년이 오기 전에 2018년을 회상하는 글을 꼭 적고 싶었다. 매년 버릇처럼 하는 일인데 365일이라는 시간을 정리하기도 하고, 뭐하고 살았나 정도는 알아보면 좋겠다, 라는 마음과 이렇게 행복한 일도 있었어! 를 남겨두기 위함이다.


1. 삐걱거리던 첫 회사를 나오다.

사실 삐걱거린 건 2016년부터였다. 사수가 바뀌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기댈 곳이 없었다. 유일한 버팀목 하나가 있었지만 결국 위염+장염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 콤보로 터졌다. 다 낫기도 전에 혼자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내 인생에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이렇겐 못 다니겠다 싶어 참고 참다 결국 회사에 요구했고 그 이후로 바뀐 사수와도 계속 트러블이 있었다. 이러다 정말 내가 나를 놓아버릴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때 나는 회사에 나가겠다는 이야길 다시 꺼냈다. 3년 5개월만의 퇴사였다.


2. 갑자기 6개월이라는 공백이 생기다.

사실 나오고 3개월이면 재취업을 할 줄 알았다. 근데 쉬다보니 이렇게 좋은데 왜 취업해..? 하는 마음이 커졌고 결국 6개월을 쉬었다.


쉬는 동안 원없이 잤고, 다양한 제작을 했으며, 엄마와 여행을 다녀왔고, 또 혼자 여행했으며 덕질을 즐겼다. 타이밍이 좋았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굶어죽지 않을 만큼 수익이 있었고 이렇겐 안되겠다 싶어 재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취업을 하는 건 조금 더 복잡했지만 결국 다른 직장에 자리를 잡았고, 첫 직장보다는 덜 어렵게 일하고 있다. 글쎄 아직 잘 모르겠지만.


3. 인간관계를 정리하다.

그렇게 많은 사건 사고가 지나며 사람을 정리했다. 인간관계에 목매던 내가 사람을 정리했다는 건 말로 느껴지는 것보다 더 무게감있는 일이었다.


3스트라이크면 아웃이야. 라는 말을 장난삼아 했던 나라서 장난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배려하는 건 나였고, 그러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도 나였다. 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건 나 뿐이었다. 매우 아쉬운 사람들도 있지만 어쩌면 여기까지가 나와 그들의 인연일 수 있으니까 거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4. 취미의 재발견

나는 그 동안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세뇌해왔다. 그러나 올해 여행을 통해 도피성 여행에 대해 배웠고 그렇게 여행 가지 않는 법을 배웠다. 이후 여행들은 일상의 도피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물품 제작에 들어갔다. 문구 관련 마켓에 나가기도 하고, 이름도 알리고 그랬다. 캘리 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문구류 쪽에 발을 넓힌 시간이었다. 재취업 결정 이후에도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 밤 늦게까지 포장하며 나름 즐거웠는데 이 역시 재미가 아닌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해서 잠시 홀딩하고 재밌는 걸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덕질도 그랬다. 같이 덕질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기도 했고, 나 역시 돈밖에 모르는 소속사때문에 잠시 마음이 떠버렸다. 하지만 우리 애들 계약기간이 5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후회 없는 덕질을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자잘한 이야기들이 더 많지만 2018년은 나에게 퇴사라는 키워드가 가장 컸다. 그리고 위에 적진 않았지만 가족의 재발견이라는 단어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 2019년에는 어떤 키워드가 생길지 잘 모르겠지만 초연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전히 철없는 애처럼 살았으면 좋겠고.


2018년의 수리야,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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