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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an 23. 2019

만남의 땅 이탈리아

여행에서 만난 행운의 여신

이탈리아를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남들은 기회의 땅 유럽으로 혼자 여행 가면 로맨스가 싹튼다는데, 우리는 처음 만난 친구와 절친이 되어 배틀트립 찍은 기분.


첫 만남은 베네치아 숙소였다. 하루종일 비가 내려 피곤했던 베네치아 둘째날 밤, 숙소로 돌아오니 새로운 룸메이트가 도착해있었다. 그리고 그 날 밤, 황홀했던 야경을 보며 우리가 동갑내기 친구라는 점, 이탈리아 여행 루트가 조금씩 겹친다는 점을 발견했다.

본격적으로 친해진 건 베네치아를 떠나는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마땅히 정해진 일정이 없었던 우리는 같이 커피나 한 잔 하자며 숙소를 나섰다. 애초에 가기로 했던 카페가 일요일엔 문을 닫아 유명한 티라미수 가게에 가게 됐는데 뭐지? 초콜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티라미수는 사랑할 것 같아.

그렇게 베네치아 골목을 걷다가 편집샵도 찾아내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 도움을 받아 JMT 파스타집도 찾았다. (이건 진짜 우리 모두가 소름 돋을 정도! 친구가 그려준 포스트잇 지도로만 식당을 알아맞힌 나) 그리고도 시간이 남아 같이 시계탑까지 다녀왔다.


그렇게 한나절을 같이 다니다보니 우리 왜 이제 만났지? 하고 의아해진 것이다. 얘기도 잘 통하고, 무엇보다 여행 스타일이 너무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일정을 맞춰보니 오늘 나는 베로나로 1박, 그 친구는 피렌체로 떠난다. 어차피 내일 나도 피렌체 가니까 그럼 피렌체에서도 만날까? 하고 자연스레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그게 우리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의 시작이었다.

혼자 여행을 떠났음에도 혼자가 아닐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친구 덕분이었다.


우리가 함께여서 피렌체에서 늦은 밤까지 바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었고, 연착으로 악명 높은 친퀘테레에서 야경까지 보고 당일치기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나의 마지막 날 밤, 로마 야경까지 야무지게 함께 했다.


사실 친구는 이탈리아가 처음이 아니라서 나를 끌고 다니며 가이드도 해준 셈이였다. 그래서 나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친구 없이 미리 가보고 느즈막히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거나 하는 식으로 일정을 따로 계획했다. 이렇게 서로의 여행 일정을 존중하며 각자의 여행도 나름대로 즐겼던 게 우리가 친해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인 것 같다. 내가 여행에서 만난 행운의 여신!

너와 함께였어서 베네치아 마지막날부터 피렌체, 친퀘테레, 로마까지 잊을 수 없이 아름다웠어. 라고 쓰면 이 친구가 너무 감동받을 것 같으니까! 피렌체 두오모를 바라보며 마셨던 커피, 피렌체 시장에서 서서 마신 커피, 로마로 떠나는 기차를 기다리며 마신 커피가 이탈리아 여행 중 제일 맛있었어!


만남의 광장이라는 이탈리아 혼자 여행에서 우리는 연인이 아닌 평생 절친을 만들어버렸는데, 거기서 쉽게 끝날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뭐 사실 피렌체 더몰에서 커플 지갑을 산 것부터가 보통 인연은 아니었던 것 같군. 한국에 돌아오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1달에 한 번은 꼭 만나고, 내 동생까지 그 친구네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만날 때마다 우리는 꿈꾼다.

다음 번 우리의 여행을.


그리고 우리의 이탈리아 그 황홀했던 마나롤라의 석양과 야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추억으로나마 꺼내보는 시간.

내 이탈리아 여행을 만들어 준 행운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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