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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리 Oct 11. 2024

멋진 말을 할 타이밍인가

아주 오랜만에 짧은 단발머리로 잘랐다. 내 머리를 신기해하는 첫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중학교 때는 귀밑 3센티였다는 말을 했다. 요즘 아이들한테는 상상도 못 할 이야기일 거다.

첫째는 놀라워하며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했다.


"아주 예전에는 머리카락을 못 잘랐는데 나중에는 짧게 잘라야 했고 지금은 또 아니네"


얼마 전에 읽었던 조선시대 관련한 책이 생각난 거 같았다. 나는 멋진 말을 할 타이밍이라는 걸 느꼈다.


"맞아. 절대 바뀌지 않는 정답처럼 보이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아닐 수가 있어. 그러니까 항상 생각하면서 살아야 해"


7살 아이에게 말할만한 내용인가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했다.




아주 가끔 이런 순간이 온다. 특별한 말을 해주고 싶은 그래서 멋진 엄마처럼 보이고 싶은 순간이.

그리고 이럴 땐 내가 평소에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첫째의 화분에 아주 작은 새싹이 올라왔다. 첫째가 심은 씨앗에서 올라온 건 아니었고 바람에 날려온 씨앗인 거 같았다. 근데 이 새싹의 모양이 세잎클로버 같았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고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래. 아주 가끔 찾아오는 행운도 좋지만 늘 옆에 있는 행복도 소중한 거야. 우리 첫째가 화분을 가져온 덕분에 우리 집에 행복이 왔네. 고마워"


나도 행운이 나에게 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예전엔 이 행운만 생각하며 살았다면 아이를 낳은 지금은 매일의 행복에 감사한다.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나는 평소에 나서서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가만히 뒤에서 지켜보는 걸 훨씬 좋아하다. 멋진 말을 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런 사람들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가끔씩 한껏 꾸며진 말을 하게 된다.

멋진 엄마처럼 보이고 싶기도 하고 정말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째의 담임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한다. "A Reader is a Leader"

첫째는 담임 선생님이 엄마처럼 책을 읽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고 신기해하면서 좋아했다.

선생님 덕분에 내 말의 신뢰도가 상승한 거 같다. 정말 감사하다.

방문 쿵 닫고 들어가서 얼굴도 보기 힘들다는 사춘기가 오기 전까진 가끔씩의 멋진 척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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