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일요일 저녁 함께 영화를 보면서 한 주를 마무리한다. 주말의 명화시간을 가지게 된 건 오므라이스 잼잼이라는 웹툰 때문이다.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는 게 좋아서 꾸준히 챙겨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음식 이야기도 좋지만 작가님의 가족이야기도 무척 인상 깊었다. 자녀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취향을 공유하는 게 정말로 좋아 보였다. 그런데 이 웹툰은 꽤 오래된 작품이다. 2010년부터 연재된 작품이니 내가 첫 아이를 낳기 전부터 내 머릿속에 가족과 취향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 콕 박혀 있었던 듯싶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좋아했다. 민속신화와 그리스신화, 만화책, 해리포터, 인디아나존스, 사극 드라마 이런 것들이 내 학창 시절을 가들 채웠다. 물론 어른이 된 지금도 정말 좋아한다. 여기에 마블이 더해졌을 뿐이다. 지금도 인디아나존스 마지막 시리즈를 챙겨보고, 스타워즈 시리즈에 늘 관심을 가지며 웹툰 백호랑을 보고 펑펑 울었다. 그리고 재개봉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보려고 가방에 헤르미온느 목걸이와 지팡이를 넣고 극장에 다녀왔다. 재밌는 게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늘 책은 읽어 주었지만 그것만으론 나의 취향을 공유한다는 건 어려웠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보여줄 수도 없었다. 7살 4살 아이들이 보고 듣기엔 너무 자극적이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내가 느낀 것만큼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으려면 적어도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진 기다려야 할거 같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 중요한 건 나의 취향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가족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거다.'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건 아주 좋다. 그런데 조금 부족하다. 이동진 평론가님이 책은 물이고 영화는 술이라고 했던가. 아이들 이야기하는데 술이라는 단어가 좀 적합하지 않지만 어쨌든 물만 마시기엔 아쉽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엔 애니메이션 만한 게 없다. 처음엔 유명한 작품 위주로 내가 선별해서 보았다. 그러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내기 시작했고 지금은 돌아가면서 자신의 취향을 뽐내고 있다.
나는 만화를 좋아하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보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은 무시했다. 당연히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할 필요도 없는 지브리 작품들을 시작으로 앵그리버드, 도라에몽, 울트라맨, 내 친구 어둠 등등 정말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았다. 사실 지금은 넷플릭스에서만 보고 있다. 디즈니 작품들도 무척이나 재미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한국 가서 보려고 아껴두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떠나는 걸 아쉬워하는 첫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줄 하나의 방법이다.
주말마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아이들보다 내가 더 감동을 받는다. 영화 소개에 엄마가 없는 아이라는 단어를 보고 울까 봐 다른 영화를 틀었는데 그건 아버지가 없는 아이가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결국 울었고 감동받았고 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 고민했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에 가족, 사랑, 우정, 희망이라는 주제가 전면에 숨김없이 나타난다. 그래서 다 큰 어른들의 마음도 변화시킬 수 있다.
마술사의 코끼리라는 영화를 보고나선 잊고 살았던 희망, 꿈이라는 단어가 다시 생각났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 나를 믿는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아이들이 가족영화시간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애니메이션이 재밌어서도 있지만 가족이 함께한다는 걸 기뻐하는 거 같다. 평소엔 집안일하느라 바쁘지만 이 시간만큼은 절대 다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저번주엔 나의 선택으로 오랜만에 토토로를 보았다. 보고 또 봐도 재밌고 감동적이다. 그다음 날 마침 비가 와서 토토로처럼 우산을 쓰고 점프를 하면서 등교를 했다. 덕분에 우리가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가 또 하나 늘었다. 이제 비만 오면 우리는 함께 토토로를 생각하게 될 거다.
나는 아이들과 아주 오랫동안 이런 시간을 가지고 싶고 더 다양한 방법으로 취향을 공유하고 싶다.
영화에 머물지 않고 책도 함께 읽고 만화책도 소개해주고 싶다.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매주 한 번이 힘들다면 아주 가끔씩이라도 취향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해 주면 좋겠다. 나는 해리포터를 꼭 좋아하게 하고 싶고 남편은 삼국지를 좋아하게 하고 싶어 한다. 과연 아이들은 무엇을 좋아하게 될까.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