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은 없지만, 암묵적으로 나뉘는 언론사 등급
미국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뉜다. 메이저리그는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들이 있지만 마이너리그를 그렇지 않다. 돈을 받더라도 메이저리그 선수에 미치지 못한다. 가난과 궁핍 속에서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땀 흘릴 뿐이다.
언론사도 이분법으로 암묵적인 등급을 매긴다. 명확한 기준이 없음에도 메이저와 마이너로 회사를 평가한다. 보통 자기 회사 이름을 모두가 알면 ‘메이저’, 그러지 못하면 ‘마이너’로 평가한다.
마이너 언론사에 일할 때마다 메이저 소속 기자들을 부러워했다. 비교적 광고 영업에 자유롭다는 점이 가장 크다. 기본적으로 인력이 많으니 광고 영업만 전담하는 부서가 있다. 그러니 취재 기자들은 취재에만 전념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이너 기자들은 광고를 밥 먹듯이 해야 한다. 내 밥벌이를 벌기 위해서다. 취재는 보도자료로 ‘복사+붙어넣기’로 끝내고 어떻게 돈 벌어올 궁리를 해야만 했다. 주간 회의 때마다 기자마다 광고 수주현황을 점검했다. 나는 매번 빈칸이었다. 회사에서는 나에게 직접적인 영업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연중에 압박이 들어오곤 했다.
물론 몇몇 메이저 언론사도 기자들에게 광고 실적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취재와 영업 비중에서 마이너는 영업이 압도적으로 크다.
취재에서도 차별을 느끼곤 한다. 기자단 가입 여부다. 세종청사에 있는 다양한 부처에는 출입기자단이 상주한다. 이곳을 담당한다고 누구나 기자단에 가입할 수 없다. 소속 기자들의 투표에서 만장일치 찬성표가 나와야 가입할 수 있다. 한 명이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기자단에 들어갈 수 없다.
기자단에 들어가면 취재 편의를 받는다. 엠바고가 걸린 보도자료를 미리 받을 수 있으며 브리핑에 참석할 수 있다. 기자실에 자기 이름이 걸린 자리도 생긴다. 가끔 큰 행사가 열리면 팸투어를 보내주곤 한다. 이 모든 것은 기자단에 가입돼야 누려볼 수 있다.
마이너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보도자료는 엠바고가 풀려야 받을 수 있다. 기자실에 들어갈 수 없어 추운 로비 데스크에 앉아 기사를 써야 한다. 가끔 기자단에 소속되지 않는 기자를 위해 별도의 기자실을 만들어주는데, 2평 남짓 자투리 공간에 책상 두는 것이 전부다. 마구간과 다를 바 없다.
심하면 취재를 불응하기도 한다. 실제 모 부처는 기자단 소속 기자만 취재에 응해주고 그 외는 답변을 거부한다. 상황이 이러니 그들만의 카르텔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기자단이 카르텔이라는 벽을 세운 이유는 광고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의 광고 집행에서 기자단 소속 매체가 우선순위에 올라간다. 누군가 그 벽을 부수고 들어간다면 자신에게 돌아갈 파이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돈’
메이저의 카르텔이 만들어진 이유는 우리나라 언론산업의 구조가 기형적이기 때문이다.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언론사를 차릴 수 있으면서 마이너 신문사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언론 환경은 레드오션이 됐고 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과열됐다. 메이저 중심의 기자단이 만들어진 이유도 아마 치열한 경쟁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마이너 언론사가 메이저가 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미 권력화가 된 그들을 넘기에는 무리다. 기자들의 연봉과 처우도 메이저를 이기기 힘들다. 같은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급여의 빈부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결국 기자들은 메이저로 이직을 시도하거나, 답 없는 언론 환경을 탈출한다. 아무리 차별화, 전문성을 표방하더라도 마이너는 마이너일 뿐이다. 악순환은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