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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Jan 26. 2017

삼황산 산행후기

북경 삼황산 등산 후기

--삼황산 산행기--
 
이번 산행은 노래 ‘잊혀진 계절’로 유명해진 10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밤이다.
11월이 되면 곳곳에 가득 하던 수확 물은 추위를 피해 뒤주 속으로 피신하고, 들판에는 바람만 쌩쌩 부는 빈 공간이 겨울을 대적 한다.
그렇게 3~4개월 동안 동물들의 하얀 입김과 산천의 서리가 동색으로 분위기를 자아 내면 힌 눈이 대지를 덮어 절정을 이룬다.
우리는 이러한 계절이 오기 직전 마지막 날, 가을의 벼랑 위에 선듯한 마음으로 북경의 그랜드 캐년, 10도 잔등에 오르기 위해 삼황산을 목적지로 정했다.
이곳에 의미를 두자면 1,200정도의 낮은 해발이지만 2,000미터 이상 고지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봉우리들이 있고, 아직도 단풍이 능선을 따르는 곳이다. 낮아지는 온도에 가을은 자라 목처럼 움추려 들고, 거리의 사람들이 흐린 입김을 내뿜는 아침을 가로 질러 버스에 올랐다.


시원하게 새로 난 고속 도로를 따라 2시간 조금 넘게 달려 10도에 도착 했다.
1대와 2대로 나누어 목적지에 하차 하니 아침 거위는 낯선 이들이 반가운지, 알 수 없는 노래(?)를 풀어 산 계곡을 채웠다.
그리고 넙적한 입김을 내 뱉으며 주변 온도를 가늠하게 했다.
우리는 비켜 가는 발길로 거위 영역의 자존심을 지켜 주며 산길로 진입 하니 맑은 공기가 산행의 기대를 키웠다.
그렇지만 계곡 에는 역광이 가로 막아 좋은 경치를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눈을 통해 용량 넉넉한 머리에 각인 시키고 오름과 쉼을 반복 했다.
중턱에는 손가락 같은 봉우리가 위쪽에서 굽어 보며, 마음껏 몸을 내어 주어 밝은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앞 쪽에는 동양화 병풍 첫 폭을 펼쳐 드는 경치가 새어 드는 햇볕을 받아 막 깨어 나는 중이다.
반대편에는 음영을 넣은 산자락이 어둠을 안고 잠을 쫓는 중이다.
짐작컨데 어제 저녁 돌아 드는 석양을 마주하며 늦은 시간까지 단풍을 털며 겨울 준비로 바빴을 것이다.



첫 고개 마루에 오르니 7도 관광지인 고산채로 내려 가는 길이 뒤쪽으로 선명 했다.
지난 여름 75원의 입장료를 녹색 카드로 대신하고 산행 했던 기억이 역력 해서, 눈길은 보이는 곳까지 보내고 마음은 인공 폭포가 시원한 계곡까지 한번에 달려 갔다.
시간이 된다면 당장이라도 가고픈 길을, 미련으로 포기 하고 더 좋은 능선을 탔다.
이렇게 서막 같이 그려 낸 병풍의 두 번째 폭을 접으며 셋째 폭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음새 있는 굴곡으로 갔다.
뒤쳐진 팀 몇 명은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무용지물일 것 같은 무전기를 요긴하게 쓸 수 있게 했고, 호박님의 수고로 체포 되듯 원대에 복귀 했다.
아마도 아름다운 경치에 현혹되어 잘려진 꽁무니를 잇지 못했을 것이다.


옆으로 펼쳐 지는 풍경들을 눈과 마음으로 감상하며 넓은 평지에 이르니 한 폭에 담지 못하는 경치가 눈과 입을 더욱 크게 했다.
앞쪽에는 큰 봉우리가 서 있고 뒤쪽에는 작은 것들이 빼곡히 우리를 향해 있다.
마치 어린 시절 학교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것과 흡사 했다.
어떤 친구는 반쪽 얼굴만 나왔고, 뒤쪽에는 발꿈치를 들며 애썼지만 3분에2만 나온 바위도 있다.
또 어깨를 밀어 넣었지만 기세 등등 한 큰 봉우리에 기가 죽은 산들도 있다.
양 옆에는 다 담지 못한 경치 들이 상상 만으로 둘러 쳐 있어 자꾸만 발길을 옮기며 구경 할 뿐이었다.
이렇게 천태만상인 모델을 위해 먼저 순수 자연을 카메라에 넣고, 배경 좋은 인물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천연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는 눈길로 감상하고 또 구석 구석 탄성을 밀어 넣으며 산들과의 교감으로 등산의 즐거움을 다했다.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더 많은 여유로 휴식 하며, 또 한 폭을 접고 다음 장을 펼치기 위해 고개 길을 돌고 산길을 오르내리며 거대한 자연 속에서 꼬물꼬물 미물 같은 등산을 이었다.
언제나 이러한 경치들은 한번에 보여주지 않고, 차차 더 나은 곳을 내어 주는 점입가경을 달고 다닌다.
이번에 펼쳐지는 경치는 ‘만선봉’ 이라, 한 줄에 설 수 없는 봉우리 들이 여러 개의 병풍을 겹으로 세운 듯 했다.
더 큰 만족을 위해 최대한, 끝 쪽으로 가거나 작은 산 봉우리에 올라 아래로 굽어 보는 이들도 있다.
“북경 근처에 이러한 경치가 있다니…! 정말로 대단하구나! 이야 멋지다! 등 등 봉우리만큼이나 다양한 감탄사가 벼랑을 다 채우고도 남을 듯 했다.
산수가 아무리 빼어 나도 날씨가 받쳐 주지 않으면 모든 것이 도루묵인데, 일기도 좋고, 토요일인 10월 끝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한층 즐거웠다.
그렇게 설상가상이 겨울을 맞으러 출장간 날 금상첨화와 함께 하는 기쁨은 더욱 컸다.
접기 싫은 병풍이지만 아름다운 절경도 소유 하듯 오래 보면 가치가 덜하는 것이라, 이번 폭도 과감히 접고 식사 장소 멋들어진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높지 않은 해발이라 곳곳에는 단풍이 가을 기분을 내느라 형형색색 옷으로 치장을 했다.
우리도 그들에게 방해 되지 않는 다양한 옷을 입고 나무 사이를 오르고 내리다, 힘들면 한 모금의 물로 휴식하며 목적지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금강산도 식후경’이 아니라, 식사와 금강산 같은 경치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절경이 있다.
이러한 경관을 배경으로 한, 호수 주변 별장은 거의 한 개의 도시 형태로 개발 됐고
그 위에 식사자리를 펼친 우리 모습까지 올려 놓으니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또 한 폭이 만들어 졌다.
그리고 봉선생님과 호박님의 수고로 끓여진 라면까지 먹고 나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어떠리오!” 라는 구절이 저절로 나왔다.


점심 후 5도까지 구비구비 산모퉁이를 돌다 경사 급한 양(羊) 길을 걸을 때, 부족한 발은 스틱에 의지했다.
아래에는 오도로 내려가는 길이, 지난 1월 다녀간 산행 추억을 보여 주었고, 능선의 좁은 길은 얼어 있어 더욱 신중 했다.
햇살과 바람이 적당히 썩인 산허리가 가뿐 호흡마저 쓸어가 가벼운 걸음으로 최고봉에 이르렀다.
정상은 언제나 정상의 맛을 가져 온다.
발 아래에 구불 되는 능선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는지, 하산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틀어 올린 상투처럼 꼭지점에 닿아 있다.
그러면서 아래로 아래로 가을을 벗고 있다.
멀지 않게 보이는 봉우리는 또 하나의 볼거리와 사진 배경을 위해 언제나 그자리 였다.
휴식 후 나를 포함한6명이 왼쪽 계곡으로 먼저 하산 했다.
이때까지도 야간 산행이 있으리라 생각 못했다.
하지만 하산 막바지부터 밀려 오는 어둠과 함께 후대와 재회를 위한 또 다른 산행이 점점 감지 됐다.
그 날 저녁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5분 대기 조가 되어 전병(煎)과 물품을 구입해 몇몇이서 산에 올랐다.


산속 밤은 너무 조용하고 어두웠다.
하지만 함께 하는 목동에게는 동네 길과 다름 없어 우리는 마음 놓고 8기통 같은 엔진을 뿜었다.
음력 열 아흐래 달은 9시 정도 되어 떴으나 뭐가 부끄러운지 구름 속에 얼굴을 가리고 새는 빛마저 거두었다.
익숙한 얼굴과 만나, 함께 하산하는 10월의 마지막 밤은 좋은 추억을 주었다.                             
내 마음속 여덟 장의 병풍이 색감을 더해 왔고, 마지막 아홉 번째 병풍은 까만 어둠 속에서 눈빛만 반짝이는 모습 이었다.
이렇게 아홉 폭의 병풍을 만들기 위해
“산허리를 나는 까마귀는 늦은 밤까지 가을을 털었고, 서릿발 위 거위는 아침부터 울었나 보다!”
나는 삼황산 9도 산수화 병풍 마지막에 “안전산행, 맑은 산악회!”라는 낙관을 힘차게 눌렀다.
그리고 추억이라는 좋은 이름을 단 병풍을 천천히 접으며, 귀가길 선잠 속에서 하루에 감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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